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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보도

[양상훈칼럼]이명박-박근혜-안상수 세사람에게 묻는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월드컵 축구에서 북한브라질에 1 대 2로 패한 것에 대해 "북한이 2 대 1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참모들은 이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천안함 침몰로 남북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같은 민족에 대한 동질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0/2010072002025.html

평상시였다면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기사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에 타고 있던 우리 군인 46명이 북한 공격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있은 직후였다. 천안함이 공격받았어도 남북 관계가 영원히 끊어질 수는 없다. 언젠가 다시 협상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굳이 대북 정책에 대해 말하려면 그렇게 정면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북한이 이겼으면…"이라고 한 것은, 옆집 남자에게 제 자식이 맞아 죽었는데 다음 날 그 아버지가 "그래도 그 옆집 아들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한 것과 같다.

지금 이 나라에는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그 사람들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주어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겼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그들에게 "북한이 이겼으면"이라고 영합하려 한 것 아닌가. 천안함이 이제 '인기'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두 동강 난 군함이 그대로 있고, 죽은 부하들의 뼛가루가 아직 썩지도 않았고, 유가족들의 통곡이 채 멎지도 않은 지금, 군 통수권자가 제 부하들을 죽인 가해자의 축구팀을 응원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달리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

우리 군인들은 개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유엔 안보리 성명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국민의 20~30%가 범인을 눈앞에 두고서도 보지 않으려 하고, 배웠다는 사람들은 그러는 게 마치 잘난 것인 양하고, 사회는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군인들의 죽음을 까맣게 잊어가고 있다. 이런 나라는 언젠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묻는다. 박 전 대표가 천안함 사태에 대해 한 말은 많지 않다. 그는 천안함이 침몰하자 먼저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그다음엔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어야'라는 글을 썼고, 국제합동조사단 발표가 나오자 "대통령께서 판명이 난 다음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의 입에서 '북한'이 나왔는지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박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은 사죄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 전 대표도 온갖 괴설(怪說)들을 마음 한편에 두고 있는가,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나, 아니면 대통령 된 다음에 정상회담 할지도 모르는 김정일을 의식하는 건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게 묻는다. 안 대표는 11년간 병역을 피하다 결국 군 면제를 받았다. 이것은 다른 군 면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가 입대 영장을 피하며 도망 다닌 이유는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선 공직(公職)에 나가기 위해 '빽'까지 써서 아픈 몸을 속이고 전쟁에 참전하고, 공직에 나가기 위해 시력검사표를 달달 외워 근시를 속이고 입대하는데, 이 나라에선 공직에 나가기 위해 입대 영장을 피해 도망 다닌다.

공직은 공공(公共)을 위해 일하는 자리다. 공공을 위해 일하는 최고가 병역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가 11년간 병역을 피하면서 추구한 공직은 어떤 자리인가. 안 대표에게 공직이란 개인의 일신 영달을 위한 자리 아닌가.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6·25가 발발했을 때 20대 중반이었는데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부대에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상의 병역 기피다. 이들은 몸을 피하고 있다가 제 또래가 전쟁터에서 죽어가며 나라를 지키자 나중에 나서서 대통령이 됐다. 군사정권 이후 대통령 4명 중 군에 간 사람은 1명뿐이다. 그나마 군에 간 사람도 군을 사람이 썩는 곳으로 생각했다.

누가 이런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뽑았는가. 국민이다.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군에 안 가려고 제 손가락을 자른 것으로 알려진 사람을 도지사로 당선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안 대표를 1등으로 뽑았다.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정말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고,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