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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과 무지’, 박 당선인 인사 걱정된다 - 한겨레신문 사설

어제 새누리당은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당선인 대변인으로 호칭을 서둘러 바꿨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 대변인 임명이 대통령직인수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창중 수석대변인을 포함한 첫 인사가 위법한 것이었으니, 박근혜 당선인으로선 영 체면이 서지 않는다. 문제는 당선인의 체면이 아니라, 주권을 위임한 국민은 인사권자의 불통에 무지까지 확인하게 돼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본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67542.html 

게다가 엊그제는 윤상규 인수위 청년특별위원이 부당내부거래로 지주회사에 수백억원의 차익을 안겨주고, 총수의 계열사 지배권을 공고하게 했으며,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시정명령까지 받은 전력이 드러났다. 하지원 위원도 서울시의원 재직 시절 시의회 의장 선거 때 돈봉투를 받아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인터넷만 뒤져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밀봉 봉투가 상징하는 불통의 참사였다.

예고편은 두번이나 있었다. 첫번째가 윤 수석대변인 선임이고, 두번째는 인수위원장단 발표 형식이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보도진 앞에서 밀봉된 봉투의 봉함을 열고 거기에 쓰인 내용 그대로 읽었다. 이어 선임 기준과 배경, 검증 등에 대한 보도진의 물음이 이어졌지만, 대변인은 아무런 설명도 할 수가 없었다. 이름 석자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당선인은 보안만 중시했을 뿐, 주권자인 국민에게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공감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국민은 졸지에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의 독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불통마저 소신과 원칙으로 분식하는 측근들만 그 주변에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밀봉된 인사 봉투를 보도진 앞에서 경건하게 뜯어보인 인수위 대변인단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당선인 대변인이었지 인수위 대변인이 아니었다고 떼를 쓰고 청년위원은 공직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투로 억지를 썼다. 바른말 한마디 못하고 당선인 주변에 부동자세로 도열해 한자리 떨어지길 기다리는 그런 측근들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둔마’(鈍馬) 문교부 장관이 떠오른다.

해를 마무리하는 날까지 이런 지적이 안타깝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내가 곧 국가라는 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해서는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앞선 불행했던 정권의 전철을 피하기 힘들다. 첫 인사의 실수가 쓴 약이 되기를 바란다. 주권을 위임한 국민의 동의까지는 받기 힘들다 해도, 충분히 검증도 받고 의견도 수렴하는 절차를 투명하게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