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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령관교체-군내특정인맥 파워게임설 청와대 개입설 - 조선일보

지난주 군 인사에서 장경욱(소장·육사 36기) 전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되고 이임식조차 갖지 못한 채 기무사를 떠난 데엔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특정 인맥을 챙기면 안 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엔 군 내 파워게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 인맥 간 파워게임설(說)

군 소식통은 31일 "장 전 사령관 전격 교체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훨씬 복잡한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장 전 사령관은 독일 유학파인 김 장관이 독일 유학 출신 등 특정 인맥을 챙겨 군 내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김 장관에게 몇 차례 직언(直言)했지만 시정되지 않자 청와대에도 직보(直報)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장 전 사령관 대신 김 장관 손을 들어줘 결국 장 전 사령관이 전격 경질됐다는 것이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령관은 외형상 국방장관 부하이지만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방장관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며 "이번 경질 사건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승인 또는 용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 전 사령관은 김 장관이 독일 유학파 출신 외에도 자신과 근무 경험이 있는 군 후배들을 챙긴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유학파 챙기기는 김 장관의 독일 육사 후배인 A소장이 뒤늦게 별을 달았지만 고속 승진을 거듭한 점, 이달 말 전역 예정인 B중장이 국방부 핵심 요직에 내정된 점 등이 꼽힌다. B장군은 준장 진급 1년 만에 소장으로 진급해 기갑부대 모사단장으로 부임했으며 사단장을 마친 뒤엔 육군본부 핵심 요직에 있다.

기무사와 국방부, 육군본부의 인사 관련 핵심 요직을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이 차지하며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군 출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군 수뇌부 시절 측근이었던 장성 2명이 이번 정기 인사에서 군 요직에 발탁된 것이 장 전 사령관 경질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가 무슨 잘못 했나" 격분

장 전 사령관은 지난 25일 장성 인사가 발표된 직후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경질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안타깝게 됐지만 내일 새 사람이 오게 돼있으니 오늘부로 그만두고 짐을 싸라. 이임식은 하려면 하고 하지 않으려면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장 전 사령관은 격분해 이임식을 하지 않고 이날 오후에 기무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장 전 사령관은 최근 측근에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아무 얘기가 없다"며 "쿠데타를 모의한 것도 아니고 현행범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37년간 군생활한 사람을 이렇게 내보낼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장 전 사령관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국방부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명예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육사 내 특정 인맥을 챙겨 이를 장 전 사령관이 직언한 게 퇴임 원인이 됐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장 전 사령관은 중장 진급 심사에서 경쟁자에게 밀려 직급 정년에 따라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무사 개혁에 미흡했고 인품과 리더십 등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수 신임 기무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 동생 지만씨와 가깝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지만 이번 파워게임이나 특정 인맥과는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