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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성택 측근 처형사실 대북감청으로 파악 - 동아일보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실각의 근거로 제시된 두 측근의 공개처형 사실을 당국은 어떻게 포착했을까.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었지만 안보당국은 휴민트(인적 정보)와 시긴트(신호 정보)를 유기적으로 접목해 관련 정보를 파악했다. 

원본출처 http://news.donga.com/Main/3/all/20131205/5934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공포정치의 도구가 첫 번째 성격이다. 반대세력 억압과 공포 유발을 위해서는 최대한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은 이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빗댔다. 반면 북한 바깥으로 처형 소식이 새어나가면 안 된다. 국제 사회로부터 인권 말살국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처형이 가진 두 번째 성격이다. 이에 따라 공개처형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대외용 매체에는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북한은 공개처형을 은밀하되 북한 사회 내부에는 널리 전파될 수 있는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수단이 ‘제3방송’이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제3방송은 각 가정마다 유선으로 연결한 스피커로 방송되며 라디오와 달리 전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감청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3방송은 평양은 물론 각 도시군리까지 연결돼 있으며 농어촌 지역에서는 라디오보다 더 발달돼 있다. 이는 북한의 라디오 수신기가 부족한 물자 사정과 집단 청취를 통해 선전효과를 높이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안보당국이 처형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건 휴민트가 있기 때문이다. 안보부처 당국자는 “북한 주민과 같은 평범한 인적 정보는 물론 처형 집행에 관여했던 담당자들의 입을 통해 숙청 사실을 취합한다”고 말했다. 숙청 대상자들이 구명해달라는 편지를 여러 통로로 한국 정부에 보내오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달 말 장성택의 측근인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된 사실은 군 정보당국의 시긴트로도 파악됐다. 처형 사실을 북한군 수뇌부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대북감청에 포착된 것이다. 군은 이를 북한의 이상동향으로 판단하고 국정원과 함께 관련 첩보를 연계해 북한 내부동향을 시시각각 추적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성택의 두 측근을 처형한 뒤 내부 동요와 같은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을 떠나 있는 동안 군 내부에 신속히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재국가지만 북한도 처형을 위해서는 혐의가 필요한데 이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 달러다. 북한에서 웬만한 가정은 모두 달러를 갖고 있다. 물자가 부족하고 북한 원화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어 권력자일수록 달러를 많이 갖고 있다. 북한 당국은 평소 이를 묵인했다가 숙청대상으로 지목되면 그 사람의 집에서 달러를 찾아내 ‘국가정보원의 공작금을 받았다’고 혐의를 씌운다. 그래서 숙청할 때는 가택수색부터 이뤄지는 것이 일상적이다.

공개처형은 대상자를 세워놓고 총알을 30, 60, 90발 단위로 한 사람에게 퍼부어 벌집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신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형체를 짓이겨 놓는 것이다. 친인척도 ‘9족을 멸한다’고 할 만큼 철저히 유린한다. 반대세력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다. 그래서 북한에서 숙청은 철직이나 강등이 아니라 목숨을 빼앗는 것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