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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누가 '소설'을 쓰는가

본지가 3회에 걸쳐 게재한 '광우병 촛불 그후 2년' 시리즈를 위해 취재팀은 당시 광우병 공포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 지금의 입장을 들었다. 일부는 취재에 응했고, 일부는 거부했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조선데스크] 누가 '소설'을 쓰는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2/2010051202581.html?Dep1=news&Dep2=top&Dep3=top

파장이 커지자 2년 전 광우병 공포를 선동했던 일부 매체들은 "조선일보가 소설을 썼다"고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공격의 재료로 사용한 촛불 주역들의 반박을 살펴보니 '팩트(fact)'가 틀렸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예컨대 '미국에서 최대 65만명의 비공식적인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돼 사망했다"고 했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지난 4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말한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일주일 동안 그랜드캐니언 등 서부여행을 다니는데, 고속도로에 있는 '인앤아웃'이라는 햄버거 가게에 가서 4번을 먹었다. 거기 햄버거 가게의 고기가 믿을 만하다더라." 그랬던 김 전 장관은 이제와 "일부러 '자료조사차' (햄버거 가게에) 들렀던 이야기가 완전히 뒤집어졌다"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그가 '최대 65만명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수 있다'고 쓴 미국 땅에 갔다는 것과 그 '믿을 수 없는 미국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었다는 것이다.

본지는 또 수의학자인 서울대 우희종 교수가 "나는 미국 쇠고기 자체가 위험하다고 한 게 아니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통상조건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줄곧 지적한 것" "유전자 하나만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큰일 날 소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우 교수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가 짜깁기를 했다"고 비난하는데, 무얼 짜집기했는지 구체적인 얘기가 없다.

미국 쇠고기와 광우병 기사로 상까지 받은 직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연수 갔던 경향신문 K기자는 "문답은 정확히 썼다"고 인정하면서도 "오래 설명했는데 일부분만 기사로 썼다"고 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인터뷰한 내용을 전문(全文) 그대로 받아써주지 않은 기사는 모두 왜곡이자 짜깁기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일간지의 인터넷판은 본지가 취재했던 여고생 정모양의 입을 빌려 "조선일보가 소설을 썼다"고 했다. 본지는 정양이 "광우병 성분은 생리대나 분유에도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가급적 안 쓰고 면(綿) 생리대로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양이 말한 그대로다. 만약 이것이 '소설'이라면,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은데도 조선일보가 위험하다고 보도했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광우병 괴담을 믿고 분유며 생리대까지 쓰지 않는다는 여고생의 발언을 보도한 것이 "소설"이라고 몰아붙이는 이들 매체는, 광우병이 위험하다며 공포를 부추기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기라도 한 것인가.

이들에 비하면 '전경이 여성시위자를 성폭행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가 "내 글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의 99%가 쓰레기라는 것을 네티즌도 다 안다"고 실토한 진보신당 당원 김모(37)씨가 차라리 정직해 보인다.

이 매체들이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해 어떤 정치적 공세를 펼치든지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다만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의문, '당신들이 말했던 광우병 대재앙은 어디 있는가'에 대해 답할 의무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