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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버티기 ; MB 주특기 '대책없이 질질 끌기' 나온다

딸을 외교부 5급 통상 전문직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환(柳明桓) 장관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외교부에선 유 장관이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오전 10시 브리핑룸에 들어선 유 장관은 5분간 준비된 원고를 읽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 물의를 야기시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 응시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유 장관은 딸이 스스로 채용되는 것을 포기하면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판단했는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유 장관은 채용 과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브리핑룸을 떠났다. 일부 외교부 간부들은 "3년간 일하던 곳에 복직(復職)하게 된 것인데 너무하다" "장관 딸이라고 시험을 볼 자격까지 박탈하는 건 가혹하다"며 유 장관을 감쌌다. 외교부는 면접관으로 참여한 2명의 외교부 간부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전날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1차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다시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행정안전부청와대 지시에 따라 유 장관 딸 채용 과정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외교부는 당초 외부인이 참가하는 자체 감사를 제안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장관의 거취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유 장관의 자진 사퇴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오후 늦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요청해서 "엄정한 조사를 대통령이 지시했고 그 결과 '불공정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청와대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의 거취 표명이 늦어지자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저렇게 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그동안 외교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결국 행안부 감사 결과가 나오는 오는 5~6일쯤 유 장관이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도 감사를 통해 채용 과정에 불법(不法)은 없었다는 점을 확인받고 나서, 자진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 측은 "국민 정서는 이해하지만 뭔가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까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을 무시하고 갈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저녁까지 외교부 청사에 머물며 침묵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유 장관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불투명한 점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고위 공직자일수록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년 취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특혜 여부와 무관하게 유 장관의 안이한 태도는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한편 2006~2009년까지 외교부에 근무했던 유 장관 딸에 대한 뒷말도 외교부에서 나왔다. 유 장관 딸은 유 장관이 외교부 차관이던 2006년에 FTA 무역규범과에 특채로 채용돼 근무하다가 2008년에 계약을 1년 연장했다. 그러나 근무 부서는 채용 당시와 다른 인도지원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 부서까지 바꿔가며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선 2008년 유 장관 딸이 무단결근을 한 뒤 유 장관 부인이 담당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무마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다수의 외교부 관계자들은 "그런 소문은 들었지만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