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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 진술서, '내가 준것 맞지만 마스크 사나이 모른다' - 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2009년 딸(정연 씨)이 미국 아파트 원주인인 경연희 씨에게 보낸 구매대금 13억 원(약 100만 달러)은 내가 마련해 준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검찰에 보내온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다만 권 여사는 돈의 출처와 이 돈을 최초 전달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50, 60대 남성’의 신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입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본출처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20627/47318302/1


권 여사는 25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미국 허드슨클럽 아파트 400호 구매대금은 내가 준 돈이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이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글라스 남성’의 신원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거나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자금 조성 경위 사실상 진술 거부 

권 여사의 이 같은 진술은 정연 씨가 같은 날 검찰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13억 원은 어머니가 준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연 씨는 돈의 출처와 전달자인 ‘선글라스 남성’에 대해선 “어머니가 아실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은 환치기 등 불법송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정연 씨의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두 모녀가 ‘계산된 답변’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 씨는 불법송금 혐의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을 피해가면서 돈의 출처 등 민감한 부분은 어머니에게 떠넘겼다. 권 여사 또한 돈이 조성된 경위에 대해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면서 검찰이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다. 

검찰은 정연 씨와 권 여사의 답변서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추가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답변서 내용 등은 전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추가 조사 여부에 대해선 답변서를 신중히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돈 출처 수사 쉽지 않을 듯

권 여사가 돈의 출처에 대해 함구한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권 여사가 이 돈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모은 돈인지 등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로서도 이 돈이 조성된 경위에 대해 다양한 의심을 품고 있지만 뚜렷한 첩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의 출처를 추궁하기 위해 권 여사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권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추가 진술을 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자칫 노 전 대통령의 소환 당시를 연상시켜 검찰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수사 당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를 서면 조사한 것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13억 원의 출처에 관한 한 ‘미제사건’으로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검찰은 정연 씨를 소환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 씨가 경 씨와 공모해 환치기 등 불법송금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이 정연 씨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