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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들도 좀 알아야 ---'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 : 일리 있는 말

1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서로 "friend(친구)"라고 부르는 정상 간의 친분도 국내 정치적 이익 앞에선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북핵 문제 등 다른 이슈에선 거의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 불균형 문제 등에는 생각의 차이가 컸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예정된 30분을 훨씬 넘겨 1시간 15분간 진행됐다. 합의에 실패한 FTA 협의 결과를 어떻게 발표할지를 놓고 문안 조정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정상회담 오찬 메뉴로 미국산 쇠고기 안심스테이크가 올려진 것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에 미국산 쇠고기가 잘 수입되고 있다"는 일종의 '시위'로 해석됐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FTA의 구체적 쟁점을 직접 다루진 않았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 탓인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동안 크게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회견 시작과 끝에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웃음을 띤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웃지도 않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통해서 한·미 FTA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는 성과를 올리기를 기대했지만 이에 못 미쳐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FTA 문제 대신 이견이 없는 부분을 주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FTA 문제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으로 회담을 시작했다. "한국은 미국처럼 자원을 많이 가진 게 없어서 녹색성장 같은 미래 분야를 통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신 한국에는 좋은 두뇌가 있지 않으냐. 그거야말로 한국의 자산"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자산이기는 한데 좋은 데만 쓰는 게 아니라 나쁜 데 쓰는 사람도 있어서 문제"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 뒤로 이어진 다른 현안 논의에선 거의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및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선 완전한 견해 일치를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하려면 북한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냥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치 않고, 우리가 원하는 신호가 보인다면 그때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가 행동으로 나타나야 가능하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똑같다.

특히 양 정상이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점"이라고 발표한 것은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최근 6000억달러를 푼 미국의 양적(量的)완화 정책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외신기자 질문에 "그런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을 때 해야지 있을 때 하면 되느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양국 간 무역 역조에 대한 미국측의 불만에 대해 "미국 국민들도 좀 아셔야 될 것이 있다"며 "최근 (양국 간) 무역 역조는 1년에 80억달러 정도다. 거기에 로열티나 서비스 비용 등을 더하면 거의 균등하다. 미국 국민들은 굉장히 (역조가)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지금 양국 무역은 아주 건전하다"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