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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탕탕' 치던 해외 자원개발, '허탕' - 펌

이라크 쿠르드 유전 '쪽박'
"8곳 19억배럴 개발권 획득" 광구 파보니 원유 대신 물
계약금 등 4억달러 손실 석유공사 "더 깊이 파봐야"

UAE 아부다비의 낭보?"
최소 10억배럴 유전 확보" 대통령, 현지서 MOU 체결 UAE "참여 기회만 줬던 것" 
실적 과대포장 논란 일어

미얀마 광구도 수상하다
정부가 "경제성 없다"던 곳 권력실세 찾아가 자원외교
신생 中企가 자원개발 나서" CNK 사업과 유사" 비판

실세들 홍보·치적에 악용돼
3년간 광물 MOU 20건 중 탐사계약 체결 1건에 그쳐
현정권서 눈에 띄는 성과는 민간기업 SK의 브라질 광구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03/2012020301519.html?news_Head1 

2008년 2월 14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집무실에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와 회동을 갖고 "유전 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도록 도와달라. 그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석유공사 컨소시엄은 쿠르드 측과 석유개발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4개 광구를 통해 10억 배럴 규모의 석유를 확보했다는 발표가 나왔고,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큰일을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3개월 뒤 석유공사는 이전 발표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발표했다. 4개 광구를 추가 확보했고 모두 19억 배럴 규모의 원유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자원개발 역사의 최대 성과라는 홍보도 있었다.

그러나 '대박'인 줄 알았던 쿠르드 유전 사업은 4년이 채 안 돼 '쪽박'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2년간 쓸 원유가 묻혀 있다던 광구들을 파보니 석유 대신 물이 나오는 등 기대에 못 미쳤다. 대신 우리 정부는 쿠르드에 준 계약금 2억1140만달러와 이후 투입된 탐사비 1억8868만달러 등 4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됐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광구에서 '허탕'을 친 석유공사는 '다른 광구가 남아 있다' '더 깊이 파보자'며 쿠르드 사업에 집착하는데, 그 배경엔 문책에 대한 '두려움'과 수년 전 과장 발표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현 정부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물론 최측근인 이상득 의원,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곽승준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 등 실세들이 앞다퉈 자원 외교에 나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貧國)에서 자원개발의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바로 이 점을 역이용해 정권과 정치인은 자신의 홍보와 치적 쌓기에 치중하고 악덕 업자는 돈벌이에 사업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3월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10억 배럴 이상의 유전을 확보하고 3개 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확보했다는 뉴스였다. 현지에서 직접 MOU를 체결한 이 대통령은 "이제 한국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의 극소수 석유 메이저 기업들만이 참여해 온 어쩌면 '꿈의 지역'에 진출하게 됐다"고 했다. 중앙 정부와의 갈등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이라크의 쿠르드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훨씬 적은 UAE에서 사업권을 딴 점을 강조하는 듯했다. 대통령과 이 사업에 관여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그간의 공로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몇달이 채 안 돼 과대 포장되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이미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유전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기업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3개 광구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확보했다고 했으나,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개발 광구여서 실제 원유 생산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광구를 권력 실세가 찾아가 자원 외교를 벌이고 신생 중소기업이 개발에 나서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 2010년 5월 세워진 KMDC라는 자원개발 업체가 그렇다. 이 업체의 실질적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캠프에서 사조직을 이끌었던 이모씨로 최근 야당으로부터 한나라당 디도스 사건과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KMDC는 설립 1개월 만에 여당 의원들을 미얀마로 데려갔고, 두 달 뒤엔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로 구성된 정부조사단이 꾸려져 현지를 찾았다. 평범한 중소업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사업 진척이다.

그러나 정부조사단은 미얀마 광구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비어 있는(DRY) 광구라는 출장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이씨 역시 조사단에게 "건설이나 정유 등 다른 사업으로 방향을 돌리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KMDC는 이후 미얀마 정부에 개발권을 신청했고 뒤늦게 박영준 당시 지경부 차관도 미얀마 담당 장관을 만났으며, 한 달 뒤인 작년 1월 KMDC는 미얀마 석유 탐사 및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수개월 전에 나온 정부조사단의 현장 조사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KMDC는 이후 코스닥 기업 U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U사의 주가가 그 무렵 300% 이상 폭등한다. 박 전 차관과 KMDC 측은 "특혜도 없었고 주가 조작과는 거리가 먼 정상적인 사업"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자원외교가 엉뚱하게 이용된 사례"라고 지목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씨앤케이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과 유사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과 총리, 특사의 해외순방 때 맺은 MOU 35건 중 실제 채굴에 성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지난 정권 때는 대통령이 외국에서 모두 15건의 MOU를 체결해 이중 실제 계약은 1건이 이뤄졌고, 현 정권은 3년 만에 대통령 9건, 총리 2건 특사 9건 등 모두 20건의 MOU를 맺었으나 이후 성과는 탐사계약 1건에 그쳤다. 김 의원 측은 "MOU에서 채굴로 이어지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정권마다 MOU가 체결되는 즉시 금덩이가 굴러 들어올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전문가들도 자원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들인 정치인들이 사업을 주도하는 데는 분명히 반대한다. 에너지 분야에 20년 이상 몸담았던 한 대기업 전직 임원은 "정치인들은 그들의 '일정'과 '목표'에 사업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사업 진행 경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면서 "정치권은 전문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외교능력을 발휘해 사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나마 현 정권에서 자원 개발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에너지 기업이 주도한 사업이었다.SK 측은 수년간 개발해온 브라질 심해 광구의 지분을 지난해 덴마크 머스크 오일사에 24억 달러(2조7000억원)를 받고 팔았다. 비용을 제외하고 2조원가량의 외화를 한국에 들여온 이 사업 성공 과정에서 SK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