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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하석유비축기지 - 지하 백미터에 길이 2킬로미터

19일 완공된 울산 기지는 지하 100m 깊이에 폭 18m, 높이 30m, 길이 2㎞의 동굴이다. 단단한 바위를 뚫어 이만한 공간을 만든 뒤 약간의 방수처리 공사를 거쳐 석유를 저장하게 된다.

원본출처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28/4184228.html?ctg=1100&cloc=home|list|list1

내부에 별도의 인공탱크를 만들지 않아도 기름이 새나가지 않는 것은 동굴 밖을 지하수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강남의 석유비축처장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를 이용해 바위 틈으로 빠져나가려는 기름을 동굴을 둘러싸고 있는 물이 막아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체 비축 물량 가운데 73%는 이처럼 땅 속에 가둬둔다.

지하기지를 만들기 위해선 첨단 토목기술이 필요하다. 건설 초기엔 프랑스와 노르웨이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걸 배워 왔다. 하지만 30년간 자체 기술을 개발한 끝에 이번에 준공한 울산기지를 100% 국산기술로 만들 수 있었다. 한병호 비축시설처장은 “지하기지를 건설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나중에 광폭터널, 양수발전소 등 민간 건설 영역에서도 쓸모가 많다”며 “최근엔 싱가포르·인도 등 해외 공사 수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30년간 공사가 지속되면서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2008년 완공된 여수의 지하 비축시설은 498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 저장 능력을 자랑한다. 장충체육관 100개 정도를 기름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서산 비축기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상 기름탱크가 있다. 직경 98m에 높이가 22m에 이른다. 이 정도면 탱크 안에 축구장 하나쯤 설치할 수 있는데, 서산엔 이런 탱크가 12개나 있다.

7월부터 이 기지의 외곽 경비는 로봇이 책임진다. 이 역시 세계 최초다. 이 시스템은 고정형 로봇과 지능형 로봇 5대, 지능형 감지장치 30대로 구성되며 출입자와 차량을 체크하고, 화재와 기름유출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최근 알제리가 550억원짜리 로봇감시 시스템을 사가기로 했다.

대규모, 고난도 공사를 해오며 자체 개발한 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수직동굴 굴착공사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공법이다. 석유공사는 이 밖에 시추공 검증장치 등 6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까지는 아니지만 폭약으로 암반을 깨는 발파기술인 ‘수펙스 컷’ 공법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석유공사가 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 고속도로에 4차로 넓이의 광폭 터널이 뚫리기 시작한 것도 이 기술을 응용한 결과다. 30년의 공사기간에 동원된 인력은 211만 명, 현장에 투입된 중장비도 21만 대에 이른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