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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9억’ 전달정황·환전기록 구체적 … “이번엔 다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요구에 따라 2007년 3, 4, 8월 세 차례에 걸쳐 달러를 포함한 현금 9억여원을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이 중 한 번은 한 전 총리의 차 안에서 돈을 건넸다는 것이 한 전 대표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9억여원 중 3억원가량이 달러로 환전돼 전달됐으며, 1억여원은 한 전 총리의 사무실 임대비용, 직원 월급, 차량 리스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 정황도 확인했다.

원본출처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595/4109595.html?ctg=1200&cloc=home|list|list2

검찰 관계자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만 확보했던 5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5만 달러 사건과는 달리 이번엔 자금 조성 과정과 전달 정황 등이 훨씬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한신건영의 경리직원은 검찰에서 “한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마련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출금전표의 작성 시점은 돈이 전달되기 직전이라고 한다. 수사팀은 환전 기록을 통해 한 전 대표가 직원 명의로 달러로 바꾼 사실을 밝혀냈다. 또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 집에 직접 갖다 줬다”면서 “(2008년 3월 부도가 난 뒤)2억원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한 전 총리의 최측근인 김모(여)씨에게서 2억원을 돌려받았다”는 한 전 대표 운전기사의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9억원 전달 혐의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한 전 총리가 대통령후보 경선자금으로 이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받은 시점이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국무총리를 그만둔 뒤 그해 8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출마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또 달러는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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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달러 사건은 자금조성 경위 불분명=무죄를 선고 받은 5만 달러 사건의 경우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이 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가 명확지 않았다.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매달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 외에는 자금조성 경위를 밝히지 못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5만 달러를 회사자금에서 횡령한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다.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다”는 곽 전 사장의 기억에 따라 검찰은 당초 초가을로 추정했다. 오찬에 함께 참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수첩을 보고 확인해준 뒤에서야 2006년 12월 20일로 특정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도 오락가락했다. 검찰 수사에선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이번 9억원 수수의혹 사건은 ‘박연차 리스트’ 사건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박 전 회장 여비서의 다이어리 등 유력한 정황 증거가 있었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 다이어리엔 박 전 회장이 유력 인사와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금품을 준 정황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 같은 구체적인 정황증거 때문에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고위 인사 대부분이 유죄를 받았다.

한편 한 전 총리 변호인인 조광희 변호사는 “곽 전 사장의 5만 달러 진술도 구체적이라고 했지만 결국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철재·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