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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집안 사돈 돈 3백70억 가로챘다 기소 - 논란 전말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원자재를 싸게 공급해주겠다고 속여 사돈인 사업가에게 보증금 등으로 수백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김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원본출처 : 조선일보

사돈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업가의 회사는 30여년 역사를 지닌 알루미늄 압출 및 가공 전문기업이다. 건축용 창호에서 자동차·선박·항공기 부품까지 알루미늄 제품은 거의 다 생산하고 있고 매출액도 1000억원을 훨씬 웃돈다.

9·11 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 터에 건설 중인 프리덤타워와 리모델링 중인 UN본부에도 알루미늄 외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중견기업이 어떻게 370억원에 달하는 큰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사업가의 사돈 집안은 만만치 않았다. 아들, 사위, 처남이 모두 현직 검사(檢事)다. 처남이 바로 37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의 매제다.

김모씨는 금속 관련 무역에 정통한 전문가다. 국제 금속거래의 흐름과 실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국제외환시장에 대한 전문서적도 출간했을 정도로 원자재 및 외환시장 사정에 밝다.

사업가는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부친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다 2008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부친이 경영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부친은 30여년 전에 알루미늄 공장을 세워 지금의 회사로 키워냈고 아들에게 넘긴 이후엔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회사가 주춤했던 시기는 200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다.

원자재 값이 오르고 다른 회사와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입가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는 사돈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그는 자기가 일했던 외국금속거래소의 회원사를 통하면 알루미늄 원자재를 국제시세보다 t당 200달러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사업가 사돈이 끌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사돈인데다 검사 집안이니 철석같이 믿었다.

외국계 회사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2004년 사돈회사와 거래를 텄다. 자기 회사에 1200만 달러 한도의 기한부 외화지급보증을 서달라는 그의 부탁도 사돈은 들어줬다.

사업가는 자신보다 나이가 열살 이상 많은 사돈 김씨를 어려워해 해달라는 대로 해줬다고 한다. 김씨가 먼저 손을 댄 것은 해외금속거래소 회원사에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며 2004~2005년에 받은 59억원이었다.

2007년에는 원자재를 대주지 못하면서도 선급금 등을 요구해 150여억원을 챙겼다. 이때까지도 사돈은 김씨를 신뢰했다고 한다.

김씨는 재작년에 증빙자료를 만들어 신용장 대금 150여억원까지 받았다. 사돈에게는 보증금예치확인서 등을 건네 마음을 놓게 했다. 하지만 원자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사돈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사돈은 김씨에게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사정이 꼬이자 김씨의 처남이자 사업가의 매제인 검사가 중재에 나섰다. 그래도 일은 풀리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김씨에게 우선 있는 돈이라도 돌려주고 나머지는 버는 대로 갚아달라고 했는데도 '남은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가 사돈은 하루라도 빨리 돈을 되돌려받아 피해를 줄이려고 작년 초 김씨를 고소했지만, 기소까지는 1년 가까이 걸렸다. 피해자 측은 "작년 봄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왔는데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가는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달 초 검찰이 불구속기소를 하긴 했지만 김씨가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돌려받지 못한 자금을 되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피해자측은 "사돈 사이는 더 조심하고 부담스러운 관계라 믿었는데…"라며 "이 사건 말고도 김씨가 우리 회사 명의로 외국거래소를 통해 원자재를 받고 돈을 주지 않은 건도 있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데다 당사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말을 아끼고 싶다"면서도 "일방적으로 이쪽이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실 이 사건에 대해 우리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원본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