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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한 검찰 판결 성토 [한명숙 1심 무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무죄판결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즉시 항소해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판결 선고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가 곽영욱대한통운 사장이 수사 과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몇 차례 바꿔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 데 대해, "뇌물사건에서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곽씨는 자백을 결심한 뒤부터 5만달러를 봉투 2개에 나눠 줬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그 이후 진술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곽씨를 압박해 진술을 받았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선 "곽씨는 법정에서 선서한 뒤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는데, 그렇다면 그건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뇌물을 건넸다고 증언하면 뇌물공여 피고인이 돼 자신도 처벌받는데, 검찰이 압박했다고 곽씨가 그런 진술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궁박한 처지에 몰린 곽씨의 허위자백 가능성을 지적한 데 대해선, "재판에선 곽씨의 횡령액도 다 확정된 상태였고, 다른 혐의도 무혐의 종결돼 궁박할 게 없었다"면서 "공개된 법정에서 곽씨가 돈을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는데도 그것까지 인정하지 않은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뇌물 사건에서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친분관계는 매우 중요한 증거인데, 법원이 이런 증거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검은 판결 직후 김준규 검찰총장이 주재한 간부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판결을 성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도를 넘어선 일방적인 판결"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깡그리 무시한 판결"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판결" 등의 직설적인 비난이 터져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