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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범죄정보과 - 펌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5팀 직원들이 제보자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월 초였다. 당시 제보자 A씨의 진술은 엄청난 파장을 예고했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30/2013033000613.html?news_Head1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이 건설업자 윤모씨의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고 그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범죄정보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극비리에 제보자의 진술 내용을 확인했고 이 사건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넘겼다. 의혹을 받은 김학의 고검장은 법무차관에 발탁된 지 8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이 최근 범죄정보 수집활동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상대 기관의 고위인사를 겨냥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12월 신설된 경찰청 범죄정보과는 지난해부터 검찰 고위인사가 연루된 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터트리며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1월 한상대 검찰총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게 만들었던 서울고검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스캔들과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 동영상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범죄정보는 모두 경찰청 수사국 산하의 범죄정보과를 거쳤다.

경찰청 범죄정보과는 또 얼마 전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연루된 비리 정보를 입수하고 관련 자료를 서울경찰청 수사계로 넘겼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관들이 뇌물을 받았고 이를 인지한 검사는 해당 사건을 은폐했다는 게 비위정보의 핵심이다.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는 20여명의 베테랑 형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공안 및 사회단체 등에 대한 동향 정보를 주로 수집하는 경찰청 정보국과 달리 순수 범죄정보만을 다룬다. 범죄정보과가 2011년 신설될 당시 직원 수는 21명이었다. 총경급 과장 1명과 2명의 계장(경정)이 핵심 역할을 맡고 그 밑에 총 4개 팀을 뒀다. 팀은 3~4명의 경사 또는 경위로 구성되어 있다.

범죄정보과가 수집한 정보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특수수사과, 각 지방경찰청 수사과 등에 이첩돼 내사 또는 수사로 이어지게 된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 동영상 사건의 경우 범죄정보과를 거쳐 특수수사과로 관련 자료가 넘겨져 수사로 이어진 사례다.

하지만 경찰청 범죄정보과는 아직 정식 직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범죄정보과의 조직운영에 대한 예산은 경찰청의 특별운영비로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재직 당시 함바 비리 사건 등으로 얼룩진 경찰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범죄정보과 신설을 서둘러 추진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수사국 한 관계자는 “검찰 고위인사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거나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검찰 내부가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범죄정보과는 권력형 비리와 함께 대기업 비자금 사건 등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며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범죄정보과를 신설한 배경에는 수사권 독립을 꾸준하게 요구해온 경찰 내부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과거 검찰에서 주로 수사해온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수사를 경찰도 담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최근 경찰청 범죄정보과가 검찰 고위인사들에 대한 정보 수집에 유달리 집착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견제받지 않았던 검찰의 부조리를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경찰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범죄정보과 직원들의 업무 평가는 정보보고서의 평점을 통해 이뤄지는데 검찰 측 인사가 연루된 권력형 비리 정보의 경우 최고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경찰을 의식한 듯 최근 범죄정보기획관실에 수사관을 대폭 보강했다. 보강된 인원 중 일부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동영상 의혹을 다룬 경찰청 범죄정보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범죄정보 수집에 있어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던 검찰이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는 말이 이어졌다.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은 2011년 초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낙마한 함바 비리 사건 당시 연루된 경찰 수뇌부의 비리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고 옷을 벗었다.

범죄정보 수집을 담당해온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은 원래 중앙수사부 산하에 있었다. 중수부 내 한 개 과에 불과했던 이 부서가 독립한 건 1999년이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 범죄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검차장 직속의 기획관실로 확대 개편됐다.

범죄정보기획관실은 일선 지검 차장급 검사가 기획관을 맡고 그 산하에 범죄정보 1, 2담당관실을 두고 있다. 범죄정보담당관은 부장검사가 맡는다. 1담당관실은 순수 범죄정보를 수집·관리하고 2담당관실은 대공 및 공안사건 관련 동향 정보를 주로 수집한다. 1담당관실은 1호실부터 5호실까지 있으며 총 40명 정도로 구성됐다. 수사관 출신의 사무관이 팀장을 맡고 그 밑에 5명 정도의 현장 요원이 있다. 2담당관실은 1, 2호실로 구분되고 1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범죄정보과를 신설하고 난 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인원을 30여명 수준에서 55명으로 대폭 늘렸다. 한 총장은 검사들이 잇따라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설에 오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 인사들에 대한 정보 수집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범죄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산하에도 범죄정보 담당과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두 개 팀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는 6명의 수사관이 정보를 수집한다.
범죄정보 수집을 경험해본 한 검찰 관계자는 “내부 보고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가 어떤 정보를 물어왔는지 잘 모른다. 인원이 보강됐기 때문에 많은 정보가 쌓여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경찰과 달리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사정당국이 범죄정보 수집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상대기관의 고위인사에 대한 정보 수집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대기업 정보팀 소속의 한 인사는 “검찰과 경찰이 서로 치부를 드러내는 데 혈안이 되면 결국 양측 모두 신뢰를 잃게 된다. 기관의 이해와 달리 특별감찰관제와 같은 대안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검·경 양측이 모두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과 경찰이 범죄정보 수집에 있어서 경쟁구도를 갖추게 됨에 따라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효과가 커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