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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회장 30년 황제경영 흔들

오너 리스크에 흔들리는 한화
김승연회장 30년 황제경영…대우조선 인수철회 해프닝…성장동력 못찾고 내부 골병

원본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v2/view.php?sc=30000001&cm=헤드라인&year=2010&no=241968&selFlag=&relatedcode=000060064&wonNo=&sID=501

"최근 경쟁력이 떨어진 푸르덴셜운용을 인수해 놓고 한화투신과 시너지 효과도 물음표인 상태다. 상장을 앞둔 한화L&C는 LG하우시스에 밀리고 대한생명은 삼성생명을 넘기 어렵다. 신성장동력은커녕 국내 1위도 없다."(한화그룹 고위 관계자)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철회 해프닝은 그룹 자체 역량을 감안하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냉정하게 가치 평가를 분석했던 내부 보고서를 묵살했던 대표적인 독단경영 사례다. 결과적으로 M&A 시장을 혼탁하게 했고 이후 이행보증금 문제로 지금까지 여파가 남아 있다."(한화그룹 퇴직임원 A씨)

김승연 한화 회장이 최근 잇단 M&A 악재와 신성장동력 부재로 `오너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 소통 없는 독단적 결정으로 경영 판단 오류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푸르덴셜자산운용 인수 결정을 내린 김 회장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룹 내 손자회사로 둘지 한화투신과 합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한화증권은 오는 6월까지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완료해야 하지만 김 회장이 `한화증권 자체 해결`을 지시해 시장에서 불신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철회 해프닝은 한화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에 `헛발질`하는 동안 다른 성장산업에 투자하고 그룹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그룹 C계열사 임원 D씨는 "다들 쉬쉬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그룹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본입찰에서 조선업 경기 하락 예상으로 수주 취소와 잠재 부실 등이 부각됐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질 가치도 모르면서 6조3000억원을 적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찰 당시 금융사와 재무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련하기로 했던 자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한화 측 주요 판단 오류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 부분이 전체 인수 금액 6조3000억원 가운데 약 40%나 된다.

인수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둘러싼 공방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법원 조정이 시도됐지만 산업은행이 한화 측 조정안을 최종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은 김 회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주주 눈치를 보기 위한 일종의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태양광사업`은 불투명한 성과에 허덕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에서 태양전지, 발전시스템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아직까지 한화케미칼이 태양전지 사업에 나설 뿐 다른 분야에선 아무런 성과가 없다. 잉곳과 웨이퍼를 제외한 전 분야에 걸쳐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현대중공업, 폴리실리콘 기술 개발로 수직계열화를 눈앞에 둔 SK그룹과는 현격한 격차만 확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최근 상하이엑스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을 냈다. 소비 빅뱅이 일고 있는 중국시장을 너무 가볍게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룹 관계자는 "상하이엑스포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참석할 필요 없다는 지시를 들었고 이후 불참한 것을 두고 관계자를 문책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전했다.

한화는 결과적으로 2007년 `김승연 회장 청계산 폭행사건` 이후 그룹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한화 주가는 폭행사건이 일어났던 2007년 최고 9만4800원에서 최근 3만7000원 선으로 무려 61%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그룹 세전이익은 1조100억원에서 1조23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와 똑같은 1조2300억원을 목표치로 잡았다.

매출 등 외형은 커졌지만 실질적인 그룹 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이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룹 경영에 올인하겠다는 `절치부심`이 구호에만 그칠 뿐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 < 용어설명 >

오너 리스크 :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오너(총수)의 독단 경영이 인수ㆍ합병(M&A)을 포함한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오너에게 모든 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오너가 잘못했을 때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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