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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사돈인데 돈 떼 먹겠나-은행 수천억 날릴판'[매경펌] : 그 사람들은 상상초월자

대통령사돈의 대단한권력, 은행 수천억 떼일판
효성, 부실기업 꼬리 자르기 度넘었다

"오너가 전경련 회장이고 대통령 사돈인데 문제가 있겠습니까?"

원본출처 http://mnews.mk.co.kr/mnews_032702.html

지난해 7월 한 저축은행 회장은 진흥기업 대표와의 만남에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 몇 번이나 만나자는 연락을 물리친 끝에 어쩔 수 없이 응한 자리였다. 당초 해당 저축은행 회장은 진흥기업 관련 여신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표가 직접 나서 모그룹 효성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히자 결국 여신 만기를 연장해줬다. 효성은 이후 1년도 안 된 지난 2월 진흥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효성에 이어 LIG가 LIG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문제기업 `꼬리 자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은 거듭되는 대출 부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효성, LIG 등의 거래 은행 사이에서 그룹 차원의 신규 여신 중단 논의가 나오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계열사 문제를 `나 몰라라`하는 그룹에 징벌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그룹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한번 여신을 받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제도를 악용해 사실상 채무 탕감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해당 그룹들이 문제기업을 충분히 살릴 능력이 있는데도 피해를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아 금융권에 문제를 떠안기는 것이다.

진흥기업의 경우 지난해 여신 만기가 집중 도래하자 오너인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고 대통령 사돈이란 점을 강조하며 대부분 여신 만기를 연장받았다. 또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의 재무평가에서 즉시 워크아웃을 받아야 하는 `C` 등급 처지에 놓이자 `그룹 차원에서 살리겠다`는 각서까지 제출하며 `B` 등급을 받아냈다. 이종수 전 대표가 효성그룹의 건설부문 부회장이란 직함까지 얻고 있어 모든 은행은 그룹 차원의 지원 의사를 믿었다.

하지만 효성은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 같은 믿음을 저버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효성이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이러한 진흥을 보고 대출해준 것인데 철저히 배신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효성은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시키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효성의 자금팀장을 진흥기업 재무담당 상무로 보내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은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LIG건설은 효성의 워크아웃이 난항을 겪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아예 법정관리로 넣어버린 사례"라며 "채권단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전반적인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유시장경제질서가 천민자본주의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금융권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과 기업의 `갑을` 관계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손일선 기자 / 박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