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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운영 캄보디아인 찬삼락은 장진호 진로 회장

해외 도피 중인 장진호<사진> 전 진로그룹 회장이 지난 8년간 캄보디아에서 이중 국적으로 생활한 사실이 밝혀졌다. 장 전 회장은 2002년 취득한 캄보디아 이름 '찬삼락(Chan Samrach)'으로 캄보디아 한인은행 ABA은행을 운영했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4/2010051401656.html?Dep1=news&Dep2=top&Dep3=top

'찬삼락'이 된 장진호 전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장 전 회장은 진로그룹이 200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사기 대출,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최종 판결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장 전 회장은 2005년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 직후 다른 비자금 건으로 검찰의 수배를 받았다. 장 전 회장은 이후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2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인들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도피한 이전부터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벌였다. 그가 측근을 내세워 운영했던 캄보디아 사업체 중에서 현지인들에게 가장 유명했던 것은 술집이었다. 이름은 '더 블루'다.

'더 블루'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올림픽경기장 근처에 있다. 5층 건물 전체를 쓰는 이 술집은 한국의 유흥주점에 가깝고 완전히 한국식으로 운영된다. 한마디로 '기업형 룸살롱'이라는 뜻이다.

'더 블루'는 캄보디아를 찾는 한국인들이 자주 간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한때 재벌이었던 사람이 룸살롱을 운영하다니 황당하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장 전 회장이 누군가를 접대할 때 이곳을 이용한다는 말도 있다.

장 전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ABA 은행'이라는 현지 은행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은행도 차명(借名)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 은행은 '한국의 은행'으로 통했다.

현지 관계자는 "캄보디아인 중에 이 은행의 주인인 진로가 부도를 맞았으며 하이트맥주에 인수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개 경주가 이뤄지는 경견장, TV 프로그램 제작회사, 인력 송출회사도 운영했다고 한다.

부동산 건설 개발업체도 만들었는데 장 전 회장은 이것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동산 회사를 통해 장 전 회장은 한국의 재벌 2세에게 '투자를 하라'고 권유했고 실제로 투자 실사 단계까지는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진로그룹을 운영할 때만큼 회사 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경제적으로는 별로 어려울 것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회사들은 모두 차명으로 운영됐다. 이는 결국 장 전 회장이 한국에서 재산을 빼돌렸다는 뜻이다.

도피처가 왜 캄보디아였을까. 장 전 회장이 가장 자신 있는 나라가 캄보디아였기 때문이다. 그는 36살이던 1988년 진로그룹 총수가 됐다. 이후 주력 업종인 소주에서 의료기기, 자원개발, 멀티미디어, 건설로 사업을 확대했다.

장 전 회장은 손이 큰 경영자였다. 1990년대 중반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는 '오지(奧地) 경영론'을 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데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 타깃이 캄보디아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캄보디아의 최고 실력자 훈센 총리와 친했다.

당시 장 전 회장은 훈센측이 한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고문 역할을 맡았었다. 진로는 캄보디아에 농장을 개발하고 캄보디아는 진로에 철도·항만·관광업 투자를 요청했다고 한다. 진로그룹이 발표한 잠정 합의에 따르면 농장 규모는 2억~3억평이었다. 서울의 면적은 604㎢로 1억8300만평 정도다. 규모가 너무 커 신뢰가 안 가는 이 사업은 실제로도 진행되지 못했다. 진로가 1997년 부도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훈센과의 인간적인 관계는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2005년 캄보디아 국적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센 총리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실권을 놓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