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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전자입찰 조작의혹 -군대리아 함빵 -펌

지난해 불량 건빵과 햄버거 등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고 입찰 담합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방위사업청이 최근 전자입찰을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됐다. 고발인은 작년 '군납비리' 사건의 제보자로, 이번엔 방위사업청장과 급식유류계약팀장, 급식유류계약팀원, 정보개발팀 시스템 담당자 등 5명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21일 서울서부지검에 냈다. 방위사업청은 담당 직원의 실수를 확인하고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으나, 입찰조작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흔히 전자입찰은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고발 사태까지 오게 됐을까.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25/2012052501542.html?news_Head1 


지난 4월 20일 오후 2시 방사청에선 국군 장병이 먹을 햄버거용 식빵(햄빵)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 입찰이 열렸다. 전국 군부대를 4개 지역으로 나눠 실시한 이번 입찰의 예산규모는 141억원이었고 7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서류심사 도중 7개 업체 가운데 M사가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부적격업체'가 됐다.

문제의 발단은 4지역 입찰에서 벌어졌다. 개찰 결과 부적격업체인 M사가 낙찰 1순위에 오른 것. 2순위는 D사였고, 3순위는 A사가 차지했다. 반면 R사는 조건에 문제가 없는 업체인데도 입찰에서 아예 누락되었다. 방사청 측은 M사를 빼고 R사를 포함시켜 재개찰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입찰에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있다. 최저가입찰의 경우 적은 금액을 써넣은 업체가 1등이 되지만 정부 전자입찰에선 업체들이 참여해 결정하는 '예정가'에 의해 낙찰자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정가는 방사청이 기준으로 삼은 물건값(기초예비가격) 주변에 포진한 15개 가격 중에 2개를 참여업체들이 무작위로 선택하게 한 뒤, 이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상위 4개 가격의 평균값을 말한다.

업체들이 선택한 값은 비공개로 처리돼 예정가는 방사청의 기초예비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입찰 가격을 낮게 적어넣은 업체라도 예정가가 높게 나오면 입찰에서 탈락할 수 있다. 반대로 입찰가격을 다른 업체보다 높게 적어넣었더라도 높게 정해진 예정가 덕분에 다른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입찰에선 어떻게 나올지 모를 예정가가 당락을 좌우한다. 입찰 직원과 업체의 유착 비리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문제가 된 햄빵 4지역을 재개찰하면서 예정가를 일부러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 계약팀에서 전산실에 '예정가를 변동시키지 말라'고 요구했고, 전산실 측은 예정가가 바뀌는 상황이었는데도 입찰 시스템에 들어가 계약팀 요구대로 설정해주었다.

고발인 측은 "예정가가 바뀌지 않는 재개찰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당시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원래 낙찰 2순위였던 D사가 1순위가 됐고, 당초 3순위였던 A사가 2순위가 됐으며, 나중에 포함된 R사는 3순위로 결정됐다.

공교롭게도 D사는 지난해 '군납비리'사건의 주요 업체로 불량 건빵을 공급하고 방사청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곳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부대장이 곰팡이 핀 햄버거 사진을 보내면 이를 무마하는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사실도 나왔다.

D사가 낙찰 1순위에 오르자 탈락 업체 측은 "D사를 위한 조작극"이라며 입찰취소를 요구했고, 방사청은 지난달 23일 기획재정부에 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예정가를 변동시키지 않은 사실'이 누락된 공문을 기재부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는 지난 14일 회신을 통해 "예정가 결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전체 입찰을 취소 또는 무효로 하여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사실상 방사청의 손을 들어줬고, 방사청은 그 다음 날 D사를 '햄빵'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고발인 측은 재개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고의로 예정가를 바꾸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으며 이번에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 이씨는 "방사청이 기재부에 왜곡된 공문을 보내 허위 유권해석을 받아냈고 이를 통해 특정업체의 입찰을 도왔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포함시켰다.

기재부도 '예정가 의혹'을 접하고는 입장이 바뀌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방사청이 질의를 해왔을 땐 '전산실에 연락해 예정가는 변하지 않게 하고 재개찰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면서 "그런 사실이 있다면 우리의 답변이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사안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자료사진)
방사청 감사관실은 계약팀과 전산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일단 부적격업체를 입찰에 참여시키고 정당한 업체를 빼버린 데 대한 과실을 확인했고, 고발장의 내용처럼 전산실을 통해 고의로 입찰을 조작했는지, 기재부로부터 질의를 받는 과정에 허위 자료를 보냈는지를 조사 중이다.

고발인 측은 "낙찰을 받으려면 투찰가격뿐 아니라 예정가에 따른 행운이 받쳐줘야 하는데 특정업체가 지속적으로 낙찰을 받아왔다"며 "방사청 마음대로 전산실에 연락해 예정가를 고칠 수 있는 것으로 봐선 지난 수년간의 전자 입찰도 모두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사청 관계자는 "당시 법무팀 해석을 받아 재개찰을 하는 등 입찰 조작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이번 문제는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지 입찰 조작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올해 햄빵 공급업자는 4지역과 1지역에 D사가 선정됐고 2·3지역은 W사가 뽑혔다. W사 역시 군납비리 사건 당시 제조일자를 어기고 햄빵을 공급하다 적발된 업체였다. D사의 경우 지난달 건빵 입찰에서도 전국 4개 지역에서 모두 낙찰 1순위에 올라 현재 최종 자격심사를 받고 있다. 〈본보 4월21일 B3면 참조〉

작년 말 군납비리 사건 이후 노대래 청장이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했고 방사청도 뇌물을 제공하고 입찰을 담합한 업체에 대해 입찰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문제의 업체들은 처벌은커녕 '상'을 받게 된 셈이다. 이들 업체는 '입찰금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고, 재판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자격을 회복해 수개월 뒤 입찰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방사청은 "재판부가 비리 업체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고 있다"면서 법원을 원망하고 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은 수년 전부터 업체들이 써오던 '수법'이었고, 탈락 업체 사이에선 "방사청이 효과적인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방사청과 법원, 업체가 모두 솜방망이 처벌에 동참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방사청 측은 "업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등 법원이나 업체와 사전 유착한 사실이 없다"면서 "비리 군납업체에 대해선 감점 기준을 강화하고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