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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최인호 별세 - 68세로 영면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려온 소설가 최인호씨가 25일 오후 7시 10분 지병으로 68년의 생을 마감했다.
 
그가 2008년 5월 침샘암 발병 이후 투병(鬪病) 생활을 한 지 5년 만이다. 해방둥이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최인호의 문학은 산업화에서 웰빙사회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변천사를 반영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5/2013092503812.html?news_top
 
산 업사회의 인간 소외를 그린 단편 '타인의 방', 대중사회의 상징이 된 장편 '별들의 고향', 역사추리소설 '잃어버린 왕국', 불교소설 '길 없는 길'과 유교소설 '유림'에 이르기까지 최인호 소설은 문학사적으로 수많은 문학평론가들의 다면(多面)평가 대상 1위로 꼽혀왔다.
 
최인호씨 유가족들은 “추석 이틀 전까지 괜찮아서 입원후 퇴근했다가 다시 추석날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세상을 떠났다”며 “편하게 가셨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임종을 지켜본 최인호씨의 딸 다혜씨가 ‘아빠가 ‘주님이 오셨다. 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인호씨는 침샘암 투병을 시작한 2008년부터 소수의 지인을 제외하고는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왔고 2009년부터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그는 "환갑은 무슨 환갑, 이제 이팔청춘"이라며 개구쟁이 표정으로 60회 생일을 맞기도 했다.
 
최인호씨는 1967년 연세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 쓴 단편소설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登壇)했다.
 
당 시 육군 논산훈련소 훈련병이었던 최인호씨는 동료들과 함께 연병장에서 기합을 받다가 당선 통보를 받았다. 부대장이 갑자기 “오늘 기합은 중지! 그 이유는 훈련병 중에 한 사람이 고등고시에 합격했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훈련병 최인호는 장교 숙소에서 '당선축하. 조선일보'라는 전보(電報)를 받았다.
 
이후 최인호 씨는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가 쓴 작품들은 소설로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청년문화의 대변자’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5 년부터는 2010년까지 장장 35년 6개월 동안 ‘월간 샘터’지(誌)에 자전(自傳) 소설 '가족'을 연재하는 작가적 끈기와 헌신성을 보였다. 402회나 연재된 소설 '가족'은 작가가 자신의 아내(황정숙)와 딸(다혜)·아들(도단)을 실명(實名)으로 등장시켜 생활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짧은 이야기를 소설과 에세이의 융합 형식으로 쓴 것이다.
 
최인호씨는 2년 전에는 항암 치료를 받는 힘든 투병생활 중에 완성한 장편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인호씨는 서울고 1학년 재학 중이던 1961년 청소년 잡지 ‘학원’에 시(詩) '휴식'을 투고해 우수상을 받았다.
 
내용은 이랬다. “괴테의 시 문구/ '산봉우리마다 휴식이 있으리라'처럼/ 나는 휴식을 취하였노라/…/ 결코 나는 조용한 휴식에 묻힐지언정/ 결코 나는 잠을 자지 않노라….”
 
그가 쓴 시처럼 한국 현대사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위대한 작가가 영면(永眠)한 것이다.
 
최인호씨의 유가족은 부인 황정숙씨와 다혜, 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