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시아나 제3의 부기장 봉동원, '고도경고했지만 응답없었다' - 중앙일보

아시아나항공 사고 당시 이정민(49)·이강국(46) 기장뿐 아니라 또 한 명의 조종사가 조종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진상 규명의 새로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일 “봉동원(41) 부기장이 사고기가 착륙할 당시 조종석 뒤에서 상황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특히 봉 부기장은 착륙 당시 조종 이상 징후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본출처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3/07/10/11625736.html?cloc=olink|article|default

2013/07/06 - [분류 전체보기] - 아시아나 고속착륙중 지상 30미터에서 복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충돌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항공(OZ) 214편은 장거리 비행편이라 조종사 4명이 탑승, 각각 두 명이 한 조가 돼 2교대 형태로 운항했다. 이정민·이강국 기장이 한 조를 이뤘고, 이종주(53) 기장과 봉 부기장이 또 다른 조를 구성했다.

 사고 발생 당시엔 이정민·이강국 기장이 조종석에 앉아 있었고 이들은 일종의 교육훈련 비행인 관숙(慣熟)비행을 하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은 미국에 급파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몇 차례 엇갈린 진술을 했다. 특히 핵심 변수인 고 어라운드 시점에 대해 이정민 기장이 200~100피트 즈음이라고 한 데 반해 이강국 기장은 110피트 지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두 사람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긴급한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등 불가피하게 진술이 엇갈릴 수도 있다.

 봉 부기장의 존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당초에 두명의 교대 조종사는 착륙 과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봉 부기장이 사고 순간 조종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봉 부기장은 조종석 뒷자리에서 착륙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던 일종의 목격자인 데다 책임 소재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진술의 객관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 봉 부기장의 경우 고도가 1000피트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강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하강률(sink rate)”을 외쳤다. 봉 부기장은 면담에서 “여러 차례 외쳤지만 앞자리의 두 기장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8일(현지시간) 조종사 4명에 대한 면담 조사를 진행하면서 당초 2시간으로 잡혔던 봉 부기장의 조사 시간을 4시간 이상으로 늘린 것도 그만큼 그의 진술을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봉 부기장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예편 후 2007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현역 시절에는 우리나라 공군의 주력 기종인 F16 전투기를 몰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형기인 A320 부기장을 거쳐 대형기인 B777 부기장직을 맡았으며 현재 718시간의 B777 운항 경험을 쌓았다. 봉 부기장과 같은 조였던 이종주(53) 기장 역시 군 출신이다. 그는 1995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대형기인 B747 부기장, 중형기인 B767 기장을 거쳐 B777 기장이 됐다. B777 운항 경험은 총 3402시간으로 이정민 기장보다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봉 부기장과 같은 조였던 이종주 기장은 착륙 당시 조정석에 없었으며 기내 일등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봉 부기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착륙 당시 조종사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조종사들 사이의 의사소통 실패나 의견 충돌은 앞선 항공 사고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맬컴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는 의사소통의 실패로 인한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가 등장한다. 기장의 권위주의가 극에 달했던 당시 부기장이 위기상황에서 완곡화법을 썼다가 의견 전달 실패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여러 나라 항공사들에서 발생한 의사소통 실패 사례가 다양하게 적시돼 있다.

한 민항기 조종사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관숙비행으로 진행될 경우 교관 기장이 교육훈련생의 체면과 평점을 고려해 운항 관여를 가급적 최소화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점을 늦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채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