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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새는 선진국민연대 밖에서도 말썽 - 위클리경향 '와인프린스' 보도

‘영포게이트’에 이어 이번엔 ‘와인게이트’가 터지나. 문제의 선진국민연대 출신 핵심 인사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와인수입업체가 또 다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가 자문역을 하고 있던 굴지의 국내은행에 와인납품을 하게 된 과정이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생 와인수입업체가 외상으로 와인수입권을 따낸 것이 이례적인 일인데다, 그 과정에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또 이탈리아 와인회사로부터 와인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전직 고위인사가 관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어 와인수입 후 대금을 제때 갚지 않아 한국외교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등 물의도 빚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대선 승리 후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은행 등 곳곳에 포진하고, 각종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국정농단, 권력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와인수입업체와 관련된 의혹들은 비록 규모는 크다고 할 순 없어도 그간 선진국민연대와 관련된 다른 의혹들과 내용과 그 무대가 달라서 주목을 끌고 있다.

원본보기 위클리경향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007211146011&pt=nv

2007년 대선 당시 선진국민연대 유럽연합회장을 맡은 이미영 와인프린스 회장과 그의 아들 이강근 와인프린스 대표가 이탈리아 동포 A씨를 통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와인을 공급받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업체서 한국대사관에 민원 제기
이미영 회장은 독일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사랑의모임’(이사모) 재독 회장과 유럽연합 이사모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 내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300여 단체가 연대해 결성한 선진국민연대의 유럽연합 회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대선 직후 아들 강근씨와 와인 전문 수입업체인 와인프린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인시투(INSITU)를 설립·운영해 왔다. 와인프린스는 이탈리아 유수의 와인업체인 릴리아노와인으로부터 와인을 수입하면서 대금결제를 약속한 시한에 하지 않았다. 릴리아노와인은 중개인 A씨를 통해 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와인 대금을 받게 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세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달된 민원서류에는 “(와인프린스라는 회사는) 들어 보지 못한 수입 업체였으나 이사모 회장과 평통 유럽회장을 역임한 분이 한국에서 새로 차린 탄탄한 수입업체라는 점과 전 고위 공무원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납품을 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릴리아노와인이 와인프린스에 와인을 공급하게 된 것이 와인프린스 관계자가 한국 대통령의 정권 창출을 적극 도운 단체의 간부인 데다 한국의 전 공직자가 추천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국내 공급망이 분명하다든가 오래된 와인업체라서 신뢰가 있다든지 하는 일반적인 공급결정 이유와 다르다. 여기에 등장하는 ‘전 고위 공무원’은 몇 년 전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정보기관 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프린스는 지난 2008년 11월 릴리아노와인으로부터 키안티 클래식, 아나갈리스 등 와인 4종류 4000병을 수입하고 대금 3만5000유로(약 5400만원)를 2009년 2월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해 10월까지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릴리아노와인은 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와인프린스가 어떤 회사인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릴리아노와인 측은 와인프린스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했다.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와인프린스 측에 대금을 갚도록 종용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교민인 중개인 A씨가 미수금 문제로 중간에서 곤란을 겪고 있었다”면서 “대사관에서 (와인프린스 측에) 우려를 전달해 민원을 제기한 쪽이 대금 일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 측이 선진국민연대 전 유럽연합 회장 부자가 개입된 민간기업 간의 대금 미납 사고를 수습하는 데 외교력을 사용한 셈이다.

릴리아노와인은 이탈리아 정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루스폴리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 줄리오 루스폴리는 ‘프린스’라는 작위를 수여받았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이탈리아는 물론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릴리아노와인 측은 “와인프린스 측이 여러 차례에 걸쳐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대금지불 날짜를 계속 지연해 왔다”면서 “이런 태도 및 계산방식이 한국의 일반적인 수입방식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한국과 거래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안치용씨는 전했다.

이후 대사관의 종용을 받은 와인프린스는 세 차례에 걸쳐 2만유로를 송금했지만 7월 13일 현재까지 완납하지 않았다. 이강근 와인프린스 대표는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서 결제가 늦어졌다”면서 “수입한 이탈리아산 와인 재고가 80% 정도 남아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업체인 릴리아노와인이 한국에 와서 홍보 등 마케팅 지원도 안 해 주고 돈만 받으려고 한다”며 릴리아노와인 측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와인프린스가 지난해 말 한국 봅슬레이팀에 3000여 만원을 후원한 것을 볼 때 “돈이 없어서 갚지 못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은행에 MVP용 와인 1만5000세트 공급
설립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와인프린스는 현재 서울 송파동에 ‘인시투’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1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와인프린스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이 회사가 워커힐서울호텔,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 등은 물론 지난 2년 동안 국민은행에 MVP용 와인 1만5000여 세트를 공급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호텔 납품은 소량이어서 와인업계에서도 눈에 띄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와인프린스가 쟁쟁한 경쟁 업체를 제치고 국민은행에 와인세트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미영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과 조재목 KB금융지주 사외이사가 국민은행 고위층에 부탁해 납품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이 퍼져 있다. 유선기 이사장은 2008년 7월 국민은행과 1년 동안 노사문제에 대한 자문 계약을 하고 자문역으로 활약했다. 유 이사장은 자문료로 월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으로 있던 조재목씨는 지난해 3월 국민은행의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강근 사장은 “국민은행 측이 실시한 공개입찰에서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받는 등 다른 회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은 “와인프린스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국민은행은 유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의 세미나에 4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2월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 ‘녹색성장,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40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을 올해 4월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미영 회장과 유선기 이사장, 조재목 이사,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지낸 김대식씨(선진국민연대 전 공동네트워크팀장)는 와인프린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인시투에서 만난 것도 확인됐다. 레스토랑 인시투가 홍보용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이들은 지난해 3월 인시투에서 회동한 것이 확인된다.

아들은 평통 최연소 상임위원

이강근 사장은 현재 평통 상임위원 가운데 최연소 청년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평통 상임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평통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평통 상임위원은 자문위원 1만7800여 명 가운데 3%에 불과한 49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통의 핵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32세의 평범한 사업가인 이강근 대표가 어떻게 평통 상임위원이 됐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지난해 7월에 출범한 평통 14기 상임위원들은 당시 김대식 사무처장 주도로 선임됐다. 이 때문에 이강근 대표가 평통 청년위원으로 선임된 데는 같은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김대식 전 사무처장과 이미영 회장 간의 관계가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강근 대표는 자신이 어떻게 평통 청년위원이 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제가 청년으로서 청년분과에서의 활동이 적합했기 때문에 임명을 받은 것 같다”면서 “특별히 평통 측에 청년위원을 신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대식 전 사무처장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였다. 2005년 부산 동서대 학생처장 시절 대학 초청강연으로 온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 대통령의 친위 조직인 안국포럼에 38번째로 가입할 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지난 6·2 지방선거에는 사무처장직을 던지고 한나라당 후보로 전남지사에 도전했으며,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대표·최고위원 선거에 나가기도 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지난 6월 중순 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같이 와인을 고리로 해서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적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영포게이트’에 이은 제2의 게이트(와인게이트)로 비화될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진상조사특위(위원장 신건)는 △와인 수입과 관련한 이미영 회장 부자의 정권 실세 행세 여부 △국민은행 MVP용 와인세트 입찰 문제 △이강근 사장의 평통 청년위원 선임 배경 등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민주당 영포게이트특위 진상조사 위원이자 국회 정무위원인 이성남 의원은 “이미영 회장과 관련한 제보에 대해 영포게이트진상조사특위와 국회 정무위를 통해 밝힐 것”이라면서 “국민은행과 관련한 의혹도 국민은행 측에 관련 자료를 모두 요구해 진상을 철저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