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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장롱에 5만원권이 ---: 백달러 지폐 숨긴 사람은 더 많을 걸 !!

작년 9월 말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탈세혐의로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국세청 직원들은 금고와 장롱 속 종이박스, 서류가방 등에서 총 20억원이 넘는 현금다발을 발견했다. 대부분 5만원권이었다. A씨는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내면 수술비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받은 거액의 현금을 집안에 쌓아두고 탈세(脫稅)를 하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 많은 돈을 5만원권으로 바꿔 집에 숨겼을 것으로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21/2012022100280.html?news_top 

5만원권 지폐가 사라지고 있다. 2009년 6월 5만원권이 첫선을 보인 이후 28조원어치, 5억6000만장이 발행됐지만, 1월 말 현재 10장 중 4장(약 2억장)의 소재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 5만원권 지폐들은 현재 일반인의 지갑, 은행 금고 속에 있을 수도 있지만, 재산과 소득을 숨기려는 탈세범의 장롱 속에 잠겨 있을 수도 있다. 


2009년 6월에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될 당시 비자금(祕資金) 조성이나 탈세를 위한 재산은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최근 5만원권의 발행량과 환수율 추이를 보면 그런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발행잔액은 28조1800억원으로 1년 새 32.5%, 금액으로는 7조원이나 늘었다. 5만원권 발행잔액은 작년 1월 20조원을 넘어선 뒤 계속 증가 추세다. 전체 화폐 발행잔액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44.2%에서 53.6%로 10%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1만원권은 1월 말 기준 발행잔액이 19조7800억원으로 1년 새 2조5000억원 줄었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5만원권 등장 이후 1만원권 발행 규모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늘밭에 숨겼던 5만원권 110억 - 지난해 4월 이모(53)씨가 전북 김제 금구면의 마늘밭에 파묻은 불법 도박수익금 110억원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씨가 숨긴 돈은 대부분 5만원권이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5만원권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며 정상 상거래와 경조금 지급 등에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 매달 7조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5만원권이 발행되고 난 후 거래 규모가 줄기 시작해 작년 12월엔 3조4000억원대로 반토막 났다. 한은 관계자는 "전국 84개 우(牛)시장, 2만여개 의류 도매상가, 전국 3개 경마장에서 이뤄지는 하루 현금결제액이 1600억원 이상인데, 만원권 대신 5만원권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만원권 발행이 급증한 데는 뇌물·도박·불법 증여 등 '검은 자금'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작년 4월 전북 김제시 마늘밭에서 발각된 110억원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수익금 중 5만원권이 22만1455장(110억7275만원)에 달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5만원권 발행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시중에선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을 들어 "지하경제 창궐에 일조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2억원을 담기 위해선 사과 상자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손가방 하나면 된다"며 5만원권이 뇌물 수수 등 검은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다른 화폐와 달리 5만원권의 환수율이 낮은 점은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5만원권의 경우 환수율이 60%가 채 안 된다. 10장을 발행할 경우 4장은 어딘가에 잠겨 있다는 뜻이다. 환수율이 90%가 넘는 1만원권 등 다른 지폐들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국세청은 은행들이 금융회사들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 자료나 범죄혐의거래 자료를 활용할 경우 현금을 이용한 거액탈세를 더 많이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은행에서 넘겨받은 범죄혐의 금융정보 가운데 조세범으로 의심되는 계좌정보만 걸러서 국세청에 넘겨주도록 돼 있어, 현금거래를 악용한 탈세를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 단계에서 국세청이 탈세혐의자의 금융거래자료를 요청하면 FIU가 내주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의원입법(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됐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내세운 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는 오르지 못했다. 

☞ 화폐 환수율

특정기간 동안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량 대비 되돌아온 화폐량의 비율. 한은이 돈을 풀면 은행, 기업·개인을 거쳐 다시 은행, 한은의 순으로 되돌아온다. 화폐 환수율이 높으면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된다는 뜻이고 환수율이 낮으면 화폐가 어딘가에 잠겨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