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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신설·통합·분할해서 효율 높아진 적 있나 - 조선일보 사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족함에 따라 정부 조직 개편안이 본격 논의될 움직임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차세대 주력 산업을 발굴·지원하는 기능을 맡을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 정보통신(ICT) 행정의 통합을 약속했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6/2013010600447.html?news_Head1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가 미래를 구상하고 대(對)국민 서비스를 더 잘하겠다는 명분 아래 새 부처를 만들거나 기존 부처를 쪼개고 합치는 일을 거듭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는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로 이름을 바꿔 달았지만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변했다거나 공무원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평가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영삼 정부가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쳐 재정경제원을 발족시킨 후 두 부처 출신 엘리트 경제 관료들 간에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 외환 위기에 빠져든 원인(遠因)의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삐걱거렸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이 국경(國境)을 넘어 통합되는 세계 추세와 거슬러가며 국내 금융은 금융위원회에 맡기고 국제 금융 업무는 기획재정부에 따로 떼어줬다. 그 후유증으로 외환 관리의 효율성 문제가 늘 도마에 올랐다. 2008년 가을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410억달러를 급히 빌려 쓰고서야 위기를 겨우 넘겼다. 이처럼 부처 통폐합·분할 시도는 내걸었던 과시성(誇示性) 개혁 명분과는 달리 부작용이 더 컸다.

박근혜 정부는 벤처형 창조 기술을 지원하고 국가의 미래 정책 수립을 맡을 전담 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 설계를 각 부처 관련 부서가 협의 기구를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나은지, 각 부처의 관련 업무를 떼어내 새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게 좋은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현재 통신망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 소프트웨어는 지식경제부,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쪼개져 있는 행정을 한군데로 모으겠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각 부처 바다 관련 업무를 합쳐 해양수산부처럼 특정 분야를 전담할 부서를 별도로 둔다면 국토·산업의 핵심 부문 지원을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부처를 신설해야 할지 모른다. 해양수산부 1청사는 세종시에, 2청사는 부산에 두려는 것도 예산 낭비와 업무의 비효율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 정권에서 신설한 부처가 다음 정권에서 폐지되는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 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부처 통폐합·신설은 그 목적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