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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거사설- 총리직 걸고 청와대참모진 개편요구 소문

9일 오후 1시 30분쯤, 청와대 주변에선 이날로 예정된 정운찬 총리의 주례 보고와 관련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인이 사퇴하기로 했다'는 요지였다. 이 대통령과 몇몇 참모들이 참석하는 주례회동 전후 독대(獨對) 자리를 마련해 이 같은 뜻을 밝히기로 예정됐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정 총리가 11시부터 청와대에 들어와 있다. 지금쯤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있을 것"이란 말이 들렸다.

오후 2시 반쯤 총리실에 사실 확인 요청을 했다. 총리실은 이 대통령과 정 총리의 주례회동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총리는 오전에 국회에 출석했으며 오후에는 나로호 발사 참관을 위해 전남 고흥으로 이동 중"이라는 것이었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10/2010061000121.html?Dep1=news&Dep2=top&Dep3=top
그러나 측근들 설명은 정반대였다. "총리가 이미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정 총리가 참모들에게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상황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를 막으려면 인적 쇄신밖에 없다"고 누차 말했었고, 이날이 이 같은 결심을 대통령에게 밝히고 실행에 옮기는 '디데이(D-day)'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정 총리와 가까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 패배 원인이 정부와 국민 간 소통 부재에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수석들이 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라고 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정 총리는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세종시든 4대강이든 핵심 국정을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6시쯤 정 총리의 계획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 총리의 '거사설'을 사전 예고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정 총리가 이 대통령과 단둘이 얘기할 기회를 잡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주례회동은 대통령실장과 정무·홍보·국정기획 등 청와대 수석들이 함께 배석하고, 보통 공식회동을 전후로 두 사람만의 독대 시간이 10~20분 정도 있는데 이날은 이게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수석들이 다음 일정을 이유로 이 대통령을 다른 곳으로 모신 것으로 안다"며 "경질 대상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인사 쇄신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이 독대를 막았다는 뉘앙스였다. 주례회동에 배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오늘 11시부터 주례회동을 했던 건 맞지만 일상적인 얘기가 오갔고 주례회동이 끝난 후 흩어졌다. 독대는 없었다. 총리가 사전에 무슨 얘기를 준비해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정 총리 측근은 "총리는 조만간 다시 대통령과 면담 약속을 잡아 이 같은 건의를 할 것이고, 만날 기회가 없다면 페이퍼(서면)로라도 본인의 뜻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내일이나 모레(10~11일) 중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잡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본지는 정 총리와의 직접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측근 참모에게 '대통령에게 인사 쇄신을 건의하려 했던 것이 사실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이 참모는 "총리께 여쭸더니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