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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철비서관, 공기업 CEO 정기 소집 - 정말 엉망진창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금융권 인사(人事) 개입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 단체 출신인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최근까지 주요 은행장, 공기업 CEO 등을 정례적으로 만나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7일 나왔다.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인 정 비서관은 대통령 고향 출신인 '영포(영일·포항) 라인'은 아니지만 선진국민연대를 주도했던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후임으로, 청와대 내 '박영준 인맥'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매달 한번 서울 시내 모 특급호텔에서 시중 은행장, 공기업 CEO들과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주로 KT 이석채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정 비서관의 권한이 청와대 내부업무 조정임을 감안할 때 이는 월권(越權)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임의 명목은 경제계의 현안과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것이었지만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비서관이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인 선진국민정책연구원(선진국민연대 후신) 유선기 이사장과 기업인들을 연결시켜 준 경우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정 비서관은 2009년 공기업 CEO들과 가진 모임에서 유 이사장을 언급하며 "잘 아는 형님인데 찾아가면 도와주시라"고 말했고, 이후 유 이사장은 실제 기업인들을 방문해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한 협회에 대해 거액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모 은행은 실제 자금을 지원했고, 지원을 거절한 CEO에 대해선 유 이사장이 "내가 누군지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작년 11월 역시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조재목 KB금융 사외이사와 함께 KB금융 회장 선임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모임의 한 참석자는 7일 "1년 전부터 정 비서관이 CEO들을 불러 저녁식사를 했다. (지원 요청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 나온 적은 없었고 간접적으로 정 비서관이 선진국민연대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하려는데 관련자를 만나라고 해서 만났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협회 사무처에서 후원·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업인들을 만난 것일 뿐 나는 개인적으로 돈 한푼 안 받았다"고 해명했다. 정 비서관은 이날 본지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