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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후보 스스포 포기 급증 - 나는 안되겠다 '인사검증 공포'

이달 초 청와대는 국무총리 인선 후보를 늘리기 위해 정치권 인사를 포함한 5, 6명에게 자기검증서를 보냈다. 위장전입과 건강보험료 체납여부 등에 대한 본인과 가족의 내밀한 정보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본격적인 인사검증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하지만 회신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검증서를 작성해 회신한 사람이 1, 2명에 그친 것이다. 나머지 인사들은 “나는 안 되겠다”며 손을 들어버렸다고 한다.

원본출처 http://news.donga.com/Politics/3/00/20100911/31119455/1

정치권과 관가 주변에 인사검증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8·8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연거푸 낙마하는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자기검증서 문항도 150개에서 50개가 추가된 200개로 늘어 훨씬 까다로워졌다. 날을 세운 야당의 청문회 공세도 부담이 됐다.

자기검증서 회신율이 떨어지자 청와대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정운찬 전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자기검증서를 보냈을 때보다 회신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엔 정 전 총리를 포함한 8명에게 자기검증서를 보내 3명으로부터 답안을 작성한 검증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이번 인사검증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되면서 미리 겁을 먹은 사례가 늘어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특히 인사검증 막판에 청와대가 자체 ‘모의청문회’까지 실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검증의 벽을 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검증 대상자들의 체감지수는 3배 이상 (검증의 벽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후보자의 경우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상황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친 A, B 후보자 등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가정사와 관련해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공격을 받으면서 배우자, 자녀 등과 극심한 가정불화를 겪었다고 한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후임으로 맹형규 행정안전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문회 검증 터널을 거친 현직 장관이 인사검증의 파고를 무사히 넘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