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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곽영욱 총리공관 현장검증 - 5만달러 돈봉투 공방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상황을 가리기 위한 현장 검증이 22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형두) 주관으로 진행됐다. 총리공관 현장 검증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에서 곽영욱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3/2010032300126.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03

곽 전 사장은 현장 검증에서 "(총리공관 오찬이 끝난 뒤) 일어서면서 숙인 채로 (각각 3만달러, 2만달러가 든) 봉투를 하나씩 꺼내 겹치지 않게 의자에 뒀다"며 "(내가 오찬 장소를 나간 뒤) 총리님이 좀 늦게 나왔다"고 증언했다. 현장 검증에선 돈 봉투를 곽 전 사장 설명에 따라 의자에 꺼내 놓는 장면을 참석자가 재연하는 등 주요 상황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당시 오찬장은 현재 집무실로 쓰이고 있으나 총리공관측은 검찰 요청에 따라 집기를 모두 치우고 원형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오찬 당시의 모습을 복원했다.

22일 총리공관 현장검증의 쟁점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상황과, 오찬을 마치고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는 사이에 5만달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검찰은 이 장면 재연을 위해 미리 3만달러와 2만달러가 든 봉투를 준비했다.

곽 전 사장은 돈을 건네던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증언했다. 곽 전 사장은 "(돈 봉투를) 겹쳐서 놨느냐 아니면 일렬로 놨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테이블 방향으로 해서 겹치지 않게 뒀다"고 증언했다. 이 장면은 곽 전 사장만이 알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비교적 간단히 정리됐다. 하지만 돈을 건넬 수 있는 여건이 됐느냐는 부분에선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곽 전 사장의 설명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은 대역을 이용해 돈 봉투를 꺼내 의자에 놓고, 또 이를 집어 오찬장에 있던 서랍장에 넣고 현관까지 나가는 장면을 재연하며 시간을 측정했다. 의자 위 돈을 서랍장에 넣었다는건 검찰 추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2명이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 역할을 맡았다. 검사들은 이 장면을 3번 반복했다. 오찬장에서 현관까지의 거리는 10m였다.

곽 전 사장은 "(참석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였으나 총리가 좀 늦게 나왔다"고 했으나, 한 전 총리측 조광희 변호사는 "곽 전 사장이 돈 봉투를 두고 현관까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을 재보니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한 전 총리가 봉투를 받아서 챙길 시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곽 전 사장이 돈 봉투를 놓고 한 전 총리가 이를 챙겨 오찬장 뒤쪽의 서랍장 서랍에 넣은 다음 현관까지 일행을 뒤따르는 장면까지 계산해 시간을 측정했다. 걸린 시간은 34초.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돈을 서랍장에 넣지 않고 그냥 현관으로 갔을 때와의 차이인) 14초 정도면 한 전 총리가 서랍에 충분히 돈을 갖다 놓을 수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앞서 나간 일행들에 뒤떨어지지 않고도 충분히 돈 봉투를 챙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현장검증에 나온 한 전 총리 경호팀장 최모씨는 "오찬이 진행되면 나는 항상 현관 옆 부속실에 머물렀으며, 총리와 내빈들이 현관 쪽으로 온 다음에야 경호를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총리가 (오찬장)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경호팀장이 앞장서 근접 수행한다"는 한 전 총리 비서 강모씨의 법정 증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그간 한 전 총리가 근접경호를 받기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총리공관에 도착해 "오래간만에 온다"고 말한 뒤,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검증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검찰이 오찬장 상황을 재연하면서 돈 봉투를 서랍장에 넣는 모습을 연출하자, "나는 저 서랍 쓴 적도 없는데…"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