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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두고 살아보니 - 이범준 법조 논픽션작가

이범준·법조 논픽션 작가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4/08/2010040802130.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7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재작년부터 법조 분야를 취재하는 작가가 됐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어떻게 생활이 달라지느냐는 물음을 자주 받는다.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은 부러움 반, 안쓰러움 반이다. 진실은 이렇다.

우선, 자기 관리에 철저해진다. 징후는 회사를 그만두는 단계부터 나타난다. 내 경우 책을 쓰는 동안 정기적인 수입이 사라질 것에 대비해서 연금보험과 정기적금을 조정하거나 없앴다. 자질구레한 일상도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와 노트북을 구입하고, 도서관까지 동선(動線)과 휴관일을 파악했다. 재직증명서가 있는 동안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미국 비자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것까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성격과는 상관이 없다.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이렇게 된다.

다음으로는 시간 관리에 강박감이 생긴다. 나름대로 직장에서 성실히 일했다고 자부해왔지만 돌이켜보니 무의식중에라도 시간과 강도를 반비례시켜 노동총량을 맞춰왔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로 나서면서 깨끗한 컨디션으로 글을 쓰려면 오버페이스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한 330일짜리 취재·집필 계획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키기 쉽지 않았다. 마감 막바지에는 며칠씩 밤을 새우고 커피를 10잔 넘게 들이켰다.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물론 직장에 나가지 않아 좋은 점도 있다. 평일 낮에 주는 각종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고, 택배나 등기우편을 놓치는 일이 거의 없으며, "더러워서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친구들이 자주 술을 산다. 그리고 친구들의 공짜 술은 계절이 바뀌어도 나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