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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 기형도

안치용 AN CHI YONG 2009. 8. 31. 08:01

대학 시절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 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