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청와대 회의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동영상 회의자료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본출처 http://news.donga.com/NewsStand/3/all/20131008/58070329/1
7일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기록물 재분류 관련 회의에서 회의록 폐기를 지시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회의자료를 확보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이 “이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에서 삭제는 안
된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이 “그럼 (30년간 열람할 수 없는) 지정기록물로 분류하라”고 수정 지시한 내용이 이 동영상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은 봉하마을 이지원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회의록은 이 회의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에게 “국가정보원에서만 보관하라”고 지시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청와대 동영상 회의자료 중에는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7년 7월 19일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외교안보정책회의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록은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폐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NLL 문제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과 통일부를 중심으로
저와 의견 대립이 있었다. 통일부 장관(이재정)이 그 얘기를 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장관은 “국방부도
(NLL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여권은 검찰이 확보한 동영상 회의 자료들이
30년간 공개할 수 없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어서 공개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동영상 자료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할
경우 공개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임 전 비서관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2월까지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을 지내면서 정상회담 회의록 등 대통령기록물
관리 실무를 총괄하며 노무현 정부가 개발한 이지원 관리를 도맡았다. 특히 2007년 12월부터 약 7개월간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을 맡아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이관 준비와 실제 이관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임 전 비서관이 정상회담 회의록의 관리, 이관 등 모든
과정을 제일 잘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은 임 전 비서관을 상대로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왜 이관하지
않았는지, 삭제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삭제 지시를 누가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전 비서관은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으며 삭제 여부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회의록 삭제를 지시한 사람은 물론 이를
실행한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록 삭제 지시를 받아 실행한 사람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구축에 관여한 김경수 노무현 재단 봉하사업본부장, 정상회담에 배석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소환일정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유성열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