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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알츠하이머라며 재판 불출석 - 펌

2010년 신한은행 횡령·배임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라응찬(74·사진)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14/2012111403057.html?news_Head1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400억원대 부당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60)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37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법 측은 “라 전 회장이 12일 신고서 제출을 통해 불출석 의향을 밝혔다”며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는 게 불출석 사유”라고 14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뇌질환이다. 이에 재판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면 라 회장 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라 전 회장은 ‘기억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신고서를 냈으며 검찰 측에 증인 신청을 철회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라 회장 측 대리인을 통해 한 번 더 출석을 요구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라 전 회장은 선린상고를 나와 약 20년간 금융권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1959년 농업은행(현 농협)에 입사한 뒤 대구은행 등을 거쳐 1977년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단자회사인 제일투자금융에 스카우트됐다. 당시 라 회장은 은행설립 준비위원회의 실무총괄을 맡으며 82년 신한은행의 설립을 주도했다. 설립 당시 4개 지점, 직원 수 270명에 불과했던 미니은행인 신한은행을 28년 만에 자산 규모 310조원, 직원 수 1만7500명의 초대형 금융그룹으로 변모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1년부터 8년간 신한은행장을 맡았으며 신한은행 부회장을 거쳐 2001년 신한금융지주 설립과 동시에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2010년 9월 신한금융 경영진 내분, 그리고 실명제 위반 등 이른바 ‘신한 사태’를 계기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60)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64)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신한은행 맞고소 사태를 수사한 검찰은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6~2007년 투모로그룹에 438억원을 부당대출한 혐의 등으로 신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3억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라 전 회장은 기소를 면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명예회장 자문료 명목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6일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받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바 있다. 라 전 회장이 앞으로도 법정에 출석지 않으면 신한 사태의 쟁점 중 하나인 명예회장의 자문료 조성과 차명계좌 관리, 비자금 3억원의 정치권 전달 의혹 등은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전 행장이 빼돌린 3억원을 라 전 회장의 지시로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전달한 혐의를 확인, 이 전 행장으로부터 돈을 건네 받은 주변 인물을 조사했지만,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이 전 행장을 횡령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신한 사태를 전후해 라응찬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시선은 금융계에 떠도는 소문처럼 돌고 있었다. “라응찬 회장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기도 했다. ‘나이 탓’이라기 보다는 ‘충격’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반응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난해까지 신한동해오픈 골프에 참가하고 라운딩까지 하는 등 건재한 모습을 보인데다, 서너 달 전까지 최측근들과 간혹 골프라운딩을 한 적이 있던 점을 고려해 최근 갑자기 악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재판은 오는 20일 피고인 마지막 심문과 구형이 있고 12월 초쯤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