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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발 검찰 X파일 얼마나 밝힐까

경남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가 20여년간 검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검사 57명의 ‘X파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을 모은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4/20/2010042001021.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10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월 초 부산지검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여년간 100여명의 검사들에게 뇌물과 촌지, 향응, 성접대 등을 제공했다”며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해당 검사들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그는 조사가 이뤄지면 검사들의 명단과 수표 번호, 향응 접대 장소와 일시 등에 관한 자료들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우선 예기치 않은 상황이지만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이 자체 감찰에 나서거나 법무부에 감찰을 의뢰해도 대상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통상 감찰 대상은 3년 이내의 비리 의혹인데 정씨의 주장은 대부분 10년이 넘은 사안들이어서 ‘시효가 지난 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당사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징계 등 공식적 조치나 처벌은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부산ㆍ경남 지역에 근무했던 검사라면 지역 유지로 행세한 정씨와 각종 행사나 식사모임 등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적절한 접대와 단순한 만남’ 사이에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씨가 주장을 뒷받침할 증빙 자료들을 얼마나 가졌는지도 변수다.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데, 검찰의 공식 입장도 ‘정씨가 검찰에 불만을 품고 허위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씨의 주장이 간단치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일부 검사가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논란’으로 중도낙마한 지 1년도 안 돼 다시 향응ㆍ접대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혐의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상황에서 새로운 악재로 작용하면서 검찰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정씨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결국 ‘검찰 개혁’ 요구로 이어져 조직 안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공직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을 견제하는 각종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MBC PD수첩은 정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전ㆍ현직 검사들의 실명이 적힌 문건을 입수해 20일 밤 방영할 예정이며, 검찰은 보도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