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탁으로 국장급인 뉴욕문화원장 인사까지 개입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차은택씨는 2014년 말 최씨로부터 해외문화홍보원 산하 뉴욕문화원장을 추천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최씨는 차씨에게 “대통령이 해외문화원장은 ‘공무원 마인드’로는 안된다고 얘기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차씨는 자신의 측근인 이동수씨를 추천했다. 이씨는 나중에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케이티(KT)의 광고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하지만 2014년 11월 청와대 교문수석실 행정비서관으로 파견된 용아무개씨가 2014년 11월 주뉴욕 한국문화원장으로 내정돼 있었다. 뉴욕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문체부 등 공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다. 당시 용씨는 뉴욕에 살 집을 빌리고 송별회까지 했지만, 출국하기 5일 전에 갑자기 경질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씨의 추천으로 합격한 이씨는 신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임명되지 못했다. 그 후 뉴욕문화원장은 후임자를 찾지 못해 한동안 공석이 됐다.
또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7월 뉴욕문화원장과 파리문화원장은 공무원과 민간인이 함께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에서 민간인만 응시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26일 뉴욕문화원장에 임명된 오아무개씨는 차씨와 친분이 있는 송성각(구속) 전 콘텐츠진흥원장과 함께 제일기획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차씨의 입김으로 뉴욕문화원장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뉴욕문화원장 인사 건으로 최씨와 대통령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씨는 “최씨가 평소 말할 때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또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이 문화정책에 고민을 많이 한다’ ‘한식세계화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사항’이라는 말을 최씨로부터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차씨는 “그 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졌다. 그때 최씨가 정씨와 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뒤에 대통령이 있다는 걸 짐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상당히 친밀한 사이라는 사실도 검찰에서 털어놨다.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4년 여름 김장자씨와 최순실씨, 고영태씨, 그리고 이대 교수 한 명과 골프를 쳤다”며 최씨와 김씨가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이어 “최씨가 당시 식사자리 끝나고 김씨와 셋이 남은 자리에서 김씨를 ‘기흥컨트리클럽 회장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김씨에게 나를 많이 도와주라고 얘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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