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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누설 이명박 후계발언 '일 잘하는 사람 밀고 싶어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9일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한다"는 발언은 일반론이긴 하지만 차기(次期) 주자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책임자는 사고가 매우 유연해야 한다'고 충고한 얘기를 꺼내면서 "중앙이든 지방이든 지도자가 유연한 사고와 미래 지향적 사고를 가져야 국가와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도자의 자격으로 정치적인 계산하지 않고 일 잘하고, 유연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 두 가지를 꼽은 셈이다. 이 대통령이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재 염두에 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는 불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차기 관련 발언이 미묘하게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TV 토론회에서는 "지금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분 중 다음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 정치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서 생각해달라"고 했다. 박 전 대표를 달래는 듯한 뉘앙스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선 "(세종시가 원안으로 가서) 차기 대통령 일하는 데 지장을 주면 어떻게 역사가 평가할까, 이런 생각도 했다"면서 "너무 정치 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작년 11월)→아쉬움(지난 1월)→실망감(2월 9일)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좀처럼 언급하지 않던 차기문제를 유독 세종시와 관련해 연거푸 꺼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 대통령이 그만큼 세종시 수정론을 다음 정권도 연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핵심 국책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이 대통령의 뜻에 정면으로 반기(反旗)를 들고 있고, 그런 박 전 대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심정이 이날 발언에서 드러났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발언이 박 전 대표를 포함해 특정 정치인이나 세종시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후계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친박(親朴)계 의원들은 "듣기 거북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성헌 의원은 "우리 정치사상 현직 대통령이 말한 대로 후임 대통령이 정해진 적이 언제 있었느냐.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도 "세종시 논란을 걸어 박 전 대표를 공격한 것 같은데, 대통령 표현대로 '강도'를 불러들인 것은 대통령 자신 아니냐"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나 세종시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을 보고 일말의 희망을 걸었는데, 갑작스럽게 현직 대통령이 할 수준이 아닌 말을 던졌다. 대통령의 의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한 번도 세종시와 관련해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한 적이 없는데, 이 대통령은 '차기'까지 언급하며 편을 가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지도자 자질 관련 발언

▶“지금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분 중 다음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작년 11월 TV토론회)
▶“(세종시 원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전임 대통령이 10~20년 후도 아니고 차기 대통령 일하는데 지장을 주는 일을 하면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생각도 했다.”(1월 12일 시도지사 간담회)
▶“저는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발전할 수 없다.”(2월 9일 충북도 업무보고)

원본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10/2010021000126.html?Dep0=chosunmain&Dep1=news&Dep2=headline2&Dep3=h2_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