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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이 국민누나 - 그건 아니지

24일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공식일정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사태 대국민 담화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그는 다소 창백했다. 참모진이 "몸 괜찮으시냐"고 묻자 "목이(쉬어서)…"라며 말하기가 힘들다는 손짓을 했다.

원본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25/2010052500087.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8

한 후보는 전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 참석차 경남 김해를 다녀온 뒤 막판 선거전 이벤트인 '한명숙의 시민광장 10일 행동'에 돌입,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밤을 새운 터였다. 간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문화제에서 한 후보는 친노(親盧)의 중심답게 "누가 노 대통령을 부엉이 바위에서 떠밀었나" "저들은 선거가 끝나면 저의 손에 수갑을 채울 것" "백욕이 불여일표, (정권을)백번 욕해도 한 표만 못하다"는 연설을 했고, 새벽까지 지지자 수백명이 한 후보를 격려하려 몰려들었다. 한 후보는 결국 오전 내내 마포 자택에서 쉬어야 했다. 그의 측근은 "(불법정치자금) 검찰수사로 6개월간 체력이 고갈돼 지금은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밤샘은 더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보다 '이명박' 겨냥

이어 서울 은평·서대문·마포 지역 유세에 나선 한 후보는 경쟁자인 오세훈 시장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날 이 대통령의 천안함 담화를 "아무 실효적 대책이 없는 국내용·선거용 담화"라면서 "대선 공약인 '747'은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국민을 속이고 경제를 망가뜨리더니 안보까지 파탄 냈다"고 비난했다. 또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오세훈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을 따라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유세차량에선 한 후보가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추도사 하던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유권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연신내역 앞에서 한 후보의 '군(軍) 지휘라인 처벌' 주장을 듣던 50대 남성은 "그래서 이명박이 잘못했단 거야, 김정일이 잘못했단 거야?"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20대 여성 대학원생은 "이명박 정권이 지겹다"며 "한명숙은 옳은 게 뭔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가 '독한 말'을 뿜던 유세차량에서 내려오니 시민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다.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한 후보가 환하게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악수하고 다니자 "실물이 더 곱네" "'국민 누나' 오셨다"며 탄성이 나왔다. 그는 족발집 주인이 음식을 권하자 순간 표정이 굳기도 했는데,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다고 수행원이 귀띔했다. 또 상인이 소주잔을 건네자 "술은 잘 못한다"며 대신 사이다를 받아 마셨다.

야당연합군에 열흘 철야유세까지

한 후보의 유세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이 함께 했다. 각 당의 상징색인 연두색, 빨간색, 노란색 등의 점퍼를 입은 인사들이 한꺼번에 유세차량에 올라, 한 후보보다 더 길게 찬조연설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후보 측은 차량과 현수막 등에 민주당 로고보다는 '범야권 단일후보'임을 내세웠고, 한 후보도 "이 큰 힘으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 후보의 캠프 구성 자체가 '연합군' 성격을 띠고 있다. 이날도 한 후보가 자리를 비운 오전에 민주당 당적이 없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캠프 좌장으로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기자회견 내용을 다듬었다. 또 변호사 출신의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새 대변인으로 보강됐다. 캠프 실무진으론 과거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현재 민주당을 떠난 이들이 눈에 띄었다.

본영(本營)인 민주당에선 "한 후보가 승리하면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과실을 나눠갖지만, 패할 경우 우리밖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긴장하고 있다. 그래서 "후보가 힘들더라도 좀 더 세게 치고 나와야 한다" "이해찬 전 총리에게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 등의 요구가 의원들로부터 나온다. '10일 행동' 같은 강도 높은 이벤트도 이런 분위기에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