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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보도2009.09.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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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에 걸쳐 극비리에 성별검사를 받았다."

한국 육상 중장거리 스타였던 임춘애(40)가 23년만에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86년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게임 때 '중성'이라는 소문 때문에 세 차례에 걸쳐 성별검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임춘애는 86아시안게임에서 800m와 1500m, 3000m 금메달을 차지하며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깡마른 몸매와 중성적인 이미지가 깊은 인상을 남겼고, '라면소녀'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성별검사를 하게 돼 있다. 물론 임춘애도 했다. 그런데 800m 예선을 마쳤을 때 얄궂은 얘기를 들었다. 나란히 800m에 출전한 동기가 귓솟말로 알려줬다.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른다는 거예요. 나보고 '반은 남자 반은 여자'인 중성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성별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충격적인 그 말은 사실이었다. 곧바로 성별검사를 또 받았다. 결국 여성으로 판정받고 3관왕에 올랐지만 찜찜한 마음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임춘애는 "그럴만도 했다. 그때까지 생리를 안했고, 깡말라 가슴도 없었다"고 말했다. 머리는 짧았고, 매일 추리닝만 입고 다닌데다 걷는 것도 구부정했다. 사람들이 오해할 만도 했다. 목욕탕에 가면 주인아줌마가 남탕으로 가라고 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문가들 눈에도 아무래도 미심쩍었던 모양이었다. 한달쯤 지났을 무렵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불렀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가 거기서 다시 성별검사를 받았다. 임춘애는 "메달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던 전문가들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춘애은 세 번째 검사에서 최종적으로 여성으로 판정받았다. 이화여대 3학년 때까지 운동을 계속했다. 기본검사 외에 두 차례의 성별 검사는 모두 극비리에 진행됐고, 지금까지 비밀에 부쳐져 왔다.

임춘애는 '라면소녀'에 얽힌 잘못된 소문도 밝혔다. 아시안게임 3관왕이 되고 나서 모 신문에서 '17년간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는 기사를 쓴 게 발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삼계탕으로 체력 보충을 했고, 대회 직전에는 코치가 만들어 온 뱀과 개소주를 먹었다. 라면은 초등학교 때 먹었다. 학교에서 운동부를 지원하자면서 전교생에게 라면 1개씩 가져오게 했는데, 그걸 창고에 쌓아두고 매일 한 개씩 먹었다.

임춘애는 이제는 '칼국수 아줌마'로 변신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축구선수 출신 남편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2남1녀의 엄마이기도 한 임춘애는 지도자의 길로도 들어섰다. 성남시 분당구 불곡초등학교 육상부를 맡았다. 매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씩 가르친다. "지도자라고 하기에는 영 쑥스럽네요. 하지만 재능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어요. 장사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도 열심히 가르쳐야죠."

아직도 달리기에 대한 그리움이 꿈틀대는 임춘애는 지도자로서 트랙에 새 바람을 일으킬 날을 준비하고 있다.


< 용인=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조선일보 인터넷 사이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