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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보도2009. 10. 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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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경제정글…‘악소리’ 모자라 ‘곡소리’ 들린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시즌이다. 짧은 연휴에도 설레는 마음과 넉넉한 여유는 예년과 같지만 재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숨 돌릴 틈도 없다. 발 뻗고 쉬기엔 현안이 너무 첩첩산중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은 딴 나라 얘기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에 명절은 오히려 큰 산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어떤 사안들로 긴장하고 있을까. 재계에 곧 들이닥칠 굵직굵직한 3대 이슈를 꼽아봤다.

명절 직후 들이닥칠 눈앞 현안들 ‘첩첩산중’
예고만 무성 ‘내외풍’ 하반기 직간접 영향권

재계는 올해 들어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수난이란 수난은 모두 겪었다. 기업들은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외풍이 끝난 게 아니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예고만 무성했던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전환점이 바로 이번 추석이다. 재계가 추석을 앞두고 좌불안석인 이유다. 여기에 눈앞에 닥친 현안들까지 산적해 안 그래도 급한 마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한통운, 두산…’
다음 타깃은 어디?

재계는 우선 ‘사정 칼바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심상찮은 움직임이다. 추석 이후 터질 검찰발 시한폭탄의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인 대한통운과 국내 최대 종합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두 기업의 전·현직 경영진 줄소환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8000억원으로 택배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통운은 운송,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에 운송물량을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송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인수해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칫 ‘불똥’이 그룹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대한통운 비자금이 참여정부 고위 인사에게 뇌물로 전달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검은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년 전 해군에 고속정 부품을 납품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검찰은 납품 단가를 부풀리기 위해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지난해 매출 3조9000억원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를 2005년 인수한 두산그룹 역시 노심초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원들의 개인 비리 정황을 포착,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이어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회사 측이 납품업체와 짜고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겨냥이 ‘검풍 신호탄’으로 관측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난해 2월, MB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 정권과 맞물린 재계 손보기에 나섰지만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 지난 1년7개월 동안 권력형 비리란 꼬리표를 달고 도마에 오른 사건은 20여 건. 이 가운데 상당수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등 ‘소문난 잔치’ 또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흐지부지 끝났다.

그나마 간신히 ‘은팔찌’를 채운 기업들도 하나같이 집행유예나 보석, 무죄 등 개운치 않은 판결로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특히 지난 5월 ‘박연차 게이트’수사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검찰은 지난 4개월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취임한 김준규 총장이 안착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특별수사에 일선 지검의 특수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김 총장은 자신의 구상대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역 검사장들을 잇달아 불러 토착비리와 기업비리 척결을 적극 주문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 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기업의 작은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박연차 게이트’수사 때 강압 논란을 빚은 대검 중수부 대신 일선 지검 특수부가 각개전투식으로 횡령, 비자금 조성, 특혜, 로비 등 고질적인 기업 비리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인천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등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힌 이후 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축적됐던 첩보를 하나하나 확인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못지않게 경찰과 국세청, 공정위 등 소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사정기관들의 압박도 예사롭지 않다. 경찰은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대형 건설사들을 정조준한 형국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모 대학 교수의 폭로로 불거진 금호건설의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수주 로비 의혹을, 부산지방경찰청은 롯데건설의 진해 화전산업단지 입찰 로비 의혹을 캐고 있다. 경찰은 다른 건설사들도 대규모 공사입찰에서 비슷한 수법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2009년 법인세 정기 조사대상 선정방향’을 통해 세무조사 대상기업 2900개를 선정했다.

이 중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100개사다. 지난달 ‘타깃’을 최종 확정한 국세청은 추석 이후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착비리 색출 나선다
지검 특수부 각개전투

공정위는 식료품, 다단계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정호열 위원장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필수품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못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불공정행위나 짬짜미를 통해 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들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천명한 데 따른 조치다.

사정기관들의 대협공도 눈에 띈다. 검찰, 경찰, 국세청이 합동으로 기업들의 비리를 캐고 있는 것. 검찰과 국세청은 최근 S사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수사와 세무조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사는 수주 특혜 의혹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경찰에 1차 수사를 맡겼다. 검찰은 또 H그룹에 대해서도 경찰, 국세청과 함께 극비리에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포화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혹시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당장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 상황에서 두 가지 현안과 맞닥뜨린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냐, 숨통을 틔우기 위한 구조조정이냐’는 기로다. 현재 M&A 시장엔 건설, 금융, 유통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매물들이 즐비하다.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급하게 삼켰다가 도로 내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동부메탈, 대우인터내셔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오는 하반기 이들 매각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덩달아 대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물밑 작업이 벌써부터 뜨겁다.

필승 각오를 다진 기업들이 이미 상당 폭의 M&A 상황을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재계의 재편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이행보증금 3150억원 문제로 법정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법원의 조정과 상관없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동부메탈 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모펀드(PEF)를 구성,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대주주인 캠코가 매각주간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는 등 본격적인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그룹과 포스코, SK그룹, STX그룹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밖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은 가격 협상 등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서서히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지난달 22일 인수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외환은행은 효성그룹을 대상으로 실사와 예비입찰, 본입찰 등을 거쳐 오는 11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검·경·국·공 등 사정기관 수사 가시화
초대형 인수전·대규모 구조조정 본격화


M&A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워낙 비싸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몸집을 늘리는 데 M&A만 한 지름길이 없는 만큼 눈치를 보고 있는 대기업들이 하나둘 붙을 것”이라며 “이르면 추석 이후, 늦어도 연말이나 연초부터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지급액은 2조45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조2456억원)에 비해 9.5% 정도 늘어난 수치로 금융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26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3.7%나 증가했으며 LG전자(57%) 포스코(26%), 하이닉스(20%) 등도 퇴직금 지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기 회복 등을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감원,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 괴담까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각 기업은 여러 자구책을 동원해 갈 때까지 가더라도 최소한 ‘사람’만은 버리지 않겠다는 각오지만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 노사 양측은 지난 8월 전쟁터를 방불케 한 파업 사태를 종결하면서 전체 정리해고자 974명 중 48%에 대해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분사하기로 합의했다.

무기한 총파업이란 극단 대치로 ‘제2의 쌍용차 사태’로 치달은 금호타이어는 사측의 정리해고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감축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 국내 근무 직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GM대우도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몸집 불리기냐
숨통 트이기냐

KT는 지난달 말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6월말에도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리해고 방안인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갈수록 전방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겹겹의 우산으로 대규모 감원 폭풍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노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김성수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