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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언론보도

국정원 직원, 카다피 후계정보 건드렸다 - 맡은바 소임을 다했다

지난 6월 리비아에서 추방된 국가정보원 직원 전모(서기관)씨는 리비아가 가장 민감해하는 카다피(68) 국가원수의 후계 세습과 관련한 정보를 건드렸다는 혐의를 받은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9/2010072900121.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3

외교 소식통은 이날 "리비아 후계는 카다피의 차남이 유력한 가운데 최근 4남이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추방된) 우리 직원이 4남측에 새로 줄을 대보려고 하다가 리비아의 오해를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비아도 북한처럼 권력 세습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또 소식통은 "추방된 직원이 현지어에 능통하지 못해 한국인 통역을 한 명 데리고 다니며 정보 활동을 했다"며 "리비아 당국이 이 통역을 체포하기 위해 현지 교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교사와 농장주 등을 구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 8년째 활동해온 선교사 구모씨는 성경을 현지어로 번역해 배포한 혐의로, 농장주 전모씨도 구씨를 도운 혐의로 각각 구금됐다. 리비아 수사선상에 오른 한국인 통역의 신원과 체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리비아는 우리 기업인 등 현지에 오래 거주한 교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외교 마찰은 북한 정보 수집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비아 후계 1순위로는 카다피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38)가 꼽힌다. 그는 오스트리아영국에서 석·박사를 받았으며 2003년 12월 리비아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결정할 때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親)서방파로 '변화'를 자주 언급하며 정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4남인 '무타심 빌라 카다피'(36)는 리비아군 중령 출신으로 보수 성향이다. 현재 리비아의 공안·정보 분야를 틀어쥐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차남으로 굳어지던 리비아 후계구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작년 4~5월쯤이다. 당시 리비아 정부는 차남이 설립한 민간 TV채널의 운영권을 회수해 버렸다. 런던의 한 리비아 전문가는 "차남의 도발적인 일처리 방식이 부친의 비위를 건드렸다"고 해석했다. 리비아 내부에선 "차남은 기존 질서에 도전한 반면 4남은 보수층의 본능에 어필하면서 집권층의 지지를 조용히 쌓아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4남은 작년 4월 리비아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해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카다피는 작년 10월 공직이 없던 차남에게 권력서열 2위 자리를 공개 제안했지만 차남은 "리비아 통치체제가 투명하지 않다"며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현재 리비아에선 후계 세습을 둘러싼 권력 암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리비아가 정보를 미국·이스라엘에 넘겼을 것이라고 펄펄 뛰는 것도 후계 문제가 그만큼 예민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로선 통상적인 정보 활동을 했지만 리비아로선 오해할 만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추방된 직원의 구체적인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카다피의 국제원조기구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조직에 대한 첩보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현재 카다피가 운영하는 국제원조기구(GIF CA)는 차남이 책임자이며, 4남은 다양한 정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리비아가 정보의 내용과 형식을 모두 문제삼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직원이 카다피 아들과 관련된 조직에 '돈'을 주고 접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정부 주변에선 이번 외교 마찰에 대해 "국정원의 어설픈 정보 수집과 외교부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운 것 같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정원은 리비아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쉽게 접근하려 했고, 외교부는 사건 초기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리비아는 사건 초기 우리 언론이 카다피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구체적인 사례까지 거론했지만 우리측은 '한국 내 보도는 어쩔 수가 없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한 것으로 안다"며 "리비아가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