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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검사로만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저승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 왜 그랬느냐 (그런 선택을 해서 검사로서 삶을 그만두게 한 것을)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빚을 갚으라고 말할 것이다.”

원본출처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0670.html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년 뒤 사석에서 한 말이다.

이순혁 <한겨레> 기자가 최근 펴낸 책 <검사님의 속사정>(씨네21북스)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말을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족 비리의혹 수사를 지휘한 이 전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개월 뒤인 2009년 7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떠날 때도 그는 “수뢰사건 수사중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수사팀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비난과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비판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그로부터 1년여 뒤 이순혁 기자와의 식사자리에서 “여든 야든 걸리면 걸리는 대로 때려잡는 게 검사의 일 아니냐. 범죄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사건을 덮고 넘어가는 게 바른 검사가 할 일인가?”라고 항변했다. 1년 전 지닌 불편함과 억울함을 1년 뒤에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 기자는 이 책에서 인터넷상에서 경제 위기를 전하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미네르바 사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된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건 등을 예로 들며 검찰이 왜 이상한 기소를 일삼고 있는지, 그 원인을 검찰의 인사시스템·검사 개개인의 성향 등 ‘속사정’에서 찾아냈다. 또한 “검찰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욕으로 남게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수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왜 이런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지를 되짚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한 머리에 해당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처리 방침을 고민하던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로 올라가 참담한 선택을 했다. 이후 검찰 안팎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책에서 소개한 한 검찰 간부는 수사 지휘부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 당시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당시 중수부 중수1과장에 대해 “망나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책에서 전하는 이 검찰 간부의 논리는 이렇다. “이인규와 우병우가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항변하는데, 망나니는 망나니인 줄 알아야 한다. ‘너 저기 가서 목 쳐’라고 해서 전직 왕의 목을 쳤는데, 그럼 자기가 죽은 왕과 같은 반열이 되나? 명을 받아 목을 친 망나니는 그냥 망나니일 뿐이다.” 이 검찰 간부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은 그만한 허물이 없어서 손 못 댔나? 강한 놈한테는 철저히 아무 말 못하면서, 봉하마을 내려간 힘없는 노무현만 잡아 족치는 것, 이건 비겁한 짓이지”라고 말을 이어갔다. 같은 권력이지만 힘을 다한 권력 앞에서만 날카로워지는 검찰이 휘두르는 칼의 비열함을 토로한 것이다.

책이 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과정은 참혹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인규 중수부장 집무실에서 약 10분간 차를 함께 한 뒤 조사실로 이동했다. 우병우 중수 1과장이 직접 조사를 했다.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검사들은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사 광경을 지켜봤다. 의혹 분야별로 문답이 오갔는데, 노 전 대통령의 답변이 있을 때마다 CCTV로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담당분야 수사검사는 메신저를 통해 우 과장에게 ‘그러면 ~을 물어봐라’ 등 얘기를 건넸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은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원격 코치를 받아가며 신문이 이뤄졌고, 노 전 대통령 자신은 동물원 우리 안의 동물과도 같은 구경거리 신세였던 것이다.”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구속하면서 시작된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측근 조이기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2009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가족·친지·측근·친구 등 주변 인물로 번져갔고 결국 노 전 대통령 직접 수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신병처리 방침을 두고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지지부진 하는 사이 노 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6개월가량 지속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느꼈을 중압감이 막대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본 뒤 검찰 ‘원조 특수통’인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은 검찰동우회 소식지에 ‘수사십결’이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심 고검장은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 ‘수사의 목적은 달성하되, 공연히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 ‘언론과는 불가근 불가원하라’ 등 노무현 수사를 담당한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팀의 수사 행태를 꼬집는 수사의 정도를 제시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