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해운대 해운대 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 평소 영화에 관심이 없는 터라 무심코 들었는데 이제 7학년에 올라가는 아들과 3학년이 되는 딸이 해운대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단다
잉 어릴때 미국에서 온 놈들이 한국영화 해운대가 보고 싶다고 ? 내심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해운대는 관객 천만을 돌파한 한국영화, 우리집에서 볼 수 있는 한국 방송에서 이곳 미국에서도 해운대를 상영한다는 선전을 봤단다
오케이 그래 그럼 한번 가보자 했는데 알고 보니 상영관이 뉴저지
오매 우리 집에서 뉴저지를 가자면 통행료만 2만5천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어제 개학준비를 하는데 집사람왈 우리집 바로옆 (그러니까 나는 뉴욕 베이사이드라는 곳에 산다)
베이테라스 로이스 극장에서 오늘[9월4일]부터 해운대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잉 우리동네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놀라웠다
아 잘 됐네 그럼 내일 가서 봐라 했더니 바쁜 일 없으면 내일 아침 조조할인을 가족끼리 같이 보잔다
올여름 변변한 휴가도 못 갔는데 아이들과 같이 조조할인 해운대를 보자는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오케이 그래 가자
어젯밤 바로 극장에 가서 예매를 했다, 어른 아이할 것없이 조조는 6달러란다
내일 해운대 보러간다고 했더니 애들은 신이 났다
그런데 큰 아들놈이 걱정이 있단다 자기가 한국말을 잘 알아 듣지만 그래도 영어자막이 있으면 좋겠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마라 자막 있을 거야 하고는 나도 은근히 걱정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자료정리와 블로그 정리를 한뒤 극장으로 갔다
뭐 우리집에서 차로 가면 1-2분 거리니 서둘 것은 없었다
극장으로 가면서 내심 상영첫날에다 조조할인이라 집사람에게 살며시 아무래도 오늘 우리가족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주차장으로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분도 계시고 남녀 노소 한두명씩 몰렸다
아 그래도 몇십명 되겠군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또 오산
매표소에는 해운대가 미국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게시돼 있었다
드뎌 한국영화가 여기에도 걸렸구나 왠지 자랑스러웠다
극장 로비에서 팝콘 하나를 울며 겨자먹기로 샀다 무려 5달러 50센트
팝콘을 먹으라고 하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더니
극장 직원왈 너 빨리 안들어가면 좋은 자리 못잡는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친구 뭔가 착각하고 있군, 너 내가 무슨 영화 보는지 아니 했더니
해연디 하는게 아닌가 해운대를 뭐 해연디로 발음하는 것인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해운대가 그렇게 사람 많냐 이 아침 조조할인에
직원왈 자기가 표를 팔아서 잘 안단다
지난 1일 처음 표를 팔았는데 오늘 해운대 예매가 2시간만에 5백60장이나 팔렸다고 한다
조조할인에도 무려 백20-30명
아 대박이구나
오매 우리동네극장에서 처음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날인데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 아마 없을 거야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극장안에 들어가니 해운대 상영관앞에도 해운대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상영 5분전 아차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야지 이 좋은 날에
집사람에게 카메라를 안가지고 왔다고 하자 빨리 갔다 오란다
아들놈도 영화시작해도 광고를 하니 빨리 디카 가져오란다
나를 듯이 빠른 걸음으로 다녀오니 10분도 채 안걸렸다
극장앞에서 한장 찍고 매표소도 찍고
포스터도 요리 조리 찍었다
듣던 대로 해운대는 코믹하면서도 스토리도 있고 나름 웅장함도 느껴지는 영화였다
나 자신 경상도여서 인지 경상도 사투리가 정겨웠고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 영화에 나와 반가웠다
극장 여기저기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과연 우리 애들이 제대로 알아들을까 했는데 아이들도 깔깔 웃는다
가끔식 모르는 말이 나오면 엄마에게 묻는다 뭐예요 뭐예요
대견스럽다
다행이 영어자막이 있었는데 문제는 자막이 하얀색 작은 글자로 처리돼
30%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10여명 눈에 띄었는데 많이 불편해 하겠다
나도 안보이는데 그들이야 오죽하랴
영화가 중반을 달리면서 애절한 스토리로 접어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대로 그냥 그대로 눈물을 받아냈다
집사람도 울고 아이들도 울고 나도 울고
구조 헬리곱터에서 죽느냐 사느냐 생사의 순간
마침내 한 사람을 살리려고 로프를 끊는 장면
엘리베이터에서 딸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장면
어렵게 연결된 전화에서 그사람이 바로 내 아빠라고 말하는 장면
자신의 아버지를 불가피하게 사지로 내몰게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남자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
한바탕 웃고 한바탕 울면서 영화는 끝이 났다
우리동네 극장에 처음 한국영화가 걸리던 날 우리는 그렇게 울고 웃으며 자랑스러워 했다
뉴욕 뉴저지 몇군데 극장에서 해운대를 상영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애들을 데리고 해운대 보러 갈 계획을 세웠다
아무쪼록 해운대가 미국에서 한국영화가 재평가되는 계기를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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