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신문들이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례를 집중 보도하며 한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이 사라져가는 토착어를 지키려고 한글을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한글섬’ 사연을 소개했고, 뉴욕 타임스(NYT)는 12일 ‘한글이 한국의 새로운 수출품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훈민정음학회 이기남(李基南.75) 이사장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우선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부톤섬은 문자가 없는 토착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고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찌아찌아 문화가 사라지지 않게 돼서 이젠 행복합니다” 부톤섬의 초등학교 교사인 아비딘은 교과서에 있는 한글을 조심스럽게 칠판에 적은 뒤 수업중인 4학년 학생들에게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로 어떻게 읽는지를 물었다. 이들은 3천500마일이나 떨어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문자가 없는 토착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세종대왕이 1446년 발명한 한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자와 알파벳에 대항해 한글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의 언어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소수 민족들이 타깃이다.
서울대 언어학자들은 이들을 위한 교재를 직접 만들어 배포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서울대 이호영 교수는 “그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90년대에도 한국의 음성학 전문가가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 거주하는 종족의 언어인 ’라우’를 위해 한글 기반의 문자를 고안한 적이 있지만 광범위한 한글의 사용을 이끌어내진 못했었다.
부톤섬 주민들은 이제 한글 사용을 넘어 아시아 경제강국중 하나인 한국과의 교류강화도 희망하고 있다. 작년 11월엔 부톤섬 최대 도시인 바우바우의 정부 관리들이 한국을 방문해 기업들을 탐방하고 관광개발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바우바우시의 아미룰 타민 시장은 바우바우에 한국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주변해역에서 생산되는 해초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도 희망하고 있다. 타민 시장은 “한국기업들이 바우바우에 투자해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부동산과 건설업으로 많은 돈을 번 이기남 여사가 훈민정음학회를 창설하고, 외국에 한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사연을 집중 보도했다.
한때 교사를 지냈던 이씨는 건설업으로 재산을 모은 뒤 2002년 아버지 원암(圓庵) 이규동 선생의 호를 따서 원암문화재단을 설립해 한글의 해외 보급사업에 착수했다. 경북대 사범대 학장을 지낸 원암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대구고등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몰래 한글을 가르치다 면직(免職)당했던 분.
이씨는 초기에는 네팔, 몽골, 베트남, 중국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한글을 외국에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했고, 2007년에는 서울대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등과 함께 훈민정음학회도 창립했다. 2008년부터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는 사업을 후원해 이들을 위한 한글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국경없는 의사회라는 단체처럼 세계에 자기들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는 사람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窄庸� 찌아찌아족에 대한 사업을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이 국민들을 사랑해 한글을 창제하셨듯이 한국인들도 인류애 차원에서 한글을 세계에 널리 보급해야 하며, 이것이 세계화시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NYT는 그러나 무슬림 국가들이 한국 기독교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에 우려를 표시한데 이어 이씨의 한글 보급 시도에 대해서도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러스 담멘 한국주재 인도네시아대사는 “찌아찌아족이 굳이 한글을 수입할 필요는 없으며, 로마자로 표기를 할수도 있다”면서 바우바우의 다른 부족들이 찌아찌아족에 대한 ‘특별대우’를 시기하고 나설 개연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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