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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5000억원대[5천억원대] 땅 주인은 누구? 이후락 비자금 ?


강남 5000억원대 땅 주인은 누구?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09.09.12 09:21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서울

 




시가 5000억원대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문제의 땅(17404.8㎡)'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이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10일 K씨가 P씨 외 13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 등 청구의 소'를 접수했다. 늘 있는 송사 중 하나로 치부할 만하지만 소장에 언급된 땅의 규모와 관련자들에 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 일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소송에 휘말린 서울 대치동 일대.

K씨의 주장대로라면 이 부지의 원 소유자는 고(故) L씨의 아버지였다. L씨의 아버지는 고종황제의 종친으로 당시 '이대감'으로 불리며 강남일대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L씨의 아버지가 47년 사망하면서 자연스레 장남인 L씨가 단독 상속했는데 문제는 L씨의 아버지나 L씨 모두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K씨는 82년 L씨의 땅 중 임야 부분 2100여㎡를 3.3㎡당 2만원씩 총 1400만원을 지급하고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K씨는 소장에서 "L씨가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준다고 해 기다리던 중 83년에 사망해 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속인을 찾아 백방으로 쫓아다니다 사고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근에서야 유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유족은 이 사건에 거론된 토지 등을 매수한 경위와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사연을 듣자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사건 토지를 포함, 자신들의 상속재산이 석연찮게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그 사람을 상대로 불법등기 혐의로 고소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란 K씨가 사실상 핵심인물로 지목한 현재 등기부 등본상 소유주 P씨였다. K씨는 이번 사건에서 우선 이땅이 L씨 일가 소유였음을 밝힌 다음 82년 당시 매매 사실을 바탕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가보니 K씨가 제기한 땅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현재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었다. 등기부 등본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67년 '환지(행정구역 변경)로 인한 전사소유권 이전'이란 명목 아래 H시멘트 창업주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을 70년에 P씨가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받아 권리자가 됐다. 그리고 90년에 최종 매매 처리돼 P씨가 실소유자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K씨가 문제제기하는 부분은 67년 이전 상황부터다. 원래 소유자가 L씨인데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소유권을 취득해 매매까지 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L씨 소유의 땅은 당시 지명으로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삼성리 OO-O번지였는데 서울로 편입되면서 이 땅이 서울 성동구 삼성동 산 OO-O번지와 산 OO-O번지(현재 강남구 대치동 일대)로 나뉘어졌다. 조사 결과 이 땅은 1918년 조선총독부가 임야조사령을 통해 소유권자를 찾았던 임야조사서와 국가기록원에 있는 지적원도(현 지적도)에서 소유주가 L씨로 돼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3년 6월 30일에 당시 면사무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J씨가 나뉜 땅 중 일부인 OO-O번지를 '멸실회복에 따른 이전' 등기 신청해 정부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아버렸다. 당시 L씨는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채 자기 땅인 줄 알고 있었는데 결국 불법등기에 놀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70년에 H시멘트 창업주가 일종의 임시 등기로 소유권을 확보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P씨에게 허용해주고 이후 90년이 돼서야 매매할 수 있도록 한 배경에는 뭔가 많은 의혹이 있다는 것.

김한솔 나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는 돈을 주고 땅을 샀는데 소유권 이전등기가 안 나거나 여러 가지 요건을 못 갖춰 일단 매입자 이름으로 가등기, 즉 나중에 본등기를 할 것을 전제로 임시로 등기해놓는 것인데, 가등기권자는 후순위로 가압류나 가처분 등이 기재돼도 소유권을 넘겨받는 데 별문제가 없어 원 소유자의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통상 이런 등기는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했거나, 채권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실소유자임을 공증하기 위해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이번 소송에서 피고가 된 P씨(76)는 강남구 대치동 일대 땅 3만여㎡ 외에도 역삼동과 광주광역시 일대 알짜 부지를 소유한 사람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보유 사실만 놓고 보면 P씨는 재테크에 관한 한 대단한 혜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P씨가 집중 매입하던 70년은 당시 정부가 영동2토지구획사업지구(삼성동, 청담동, 압구정동)에 대해 그해 7월 토지구획정리 사업 시행명령을 내린 해다. 이듬해부터 82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발을 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최근 소송이 걸린 땅(17404.8㎡)은 P씨가 70년 4월 H시멘트 창업주와 계약할 때만 해도 당시 매매가가 4095만원이었으나 이 지역의 올해 1월 1일 현재 공시지가만 1270억여원(1㎡의 공시지가 730만원 기준, 국토해양부)에 달한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P씨의 땅이 이곳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이 땅의 취득과 관련해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P씨가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 소송 당시 소장 내용을 보면 P씨는 이 일대 2122㎡(642평), 201㎡(61평) 등 6필지의 토지도 사들였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그 밖에도 P씨는 각종 부동산 관련 소송 사건에 연루됐는데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P씨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을 위한 토지 수용에 반대한 소송을 낸 것 등을 추정해볼 때 P씨 소유의 땅과 빌딩은 서울 대치동 외에도 강남구 일대와 광주광역시 일대 등에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 이외에도 소유 건물 등을 포함하면 수조원대 자산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P씨가 개인으로서는 70년대 당시로도 조성하기 힘든 돈으로 어떻게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전 중앙정보부장 차명부지설 '파다'

대표적인 의혹으로는 전 중앙정보부장 관련설이 거론된다. 강남 소재의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는 "P씨의 땅들은 사실상 전 정보부장의 차명부지란 말이 많다. 왜냐하면 P씨는 전 정보부장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강남 개발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인사 역시 "정보부장을 지낸 그는 정권이 바뀌었을 때 부정 축재가 문제시됐다. 스위스 계좌 얘기도 나왔지만 강남 일대 땅은 대부분 그의 것이란 말이 돈 것이 사실이다. 한때 권투를 했던 P씨는 그 당시 전 정보부장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P씨는 이런 소문에 "모두 내가 그동안 적법하게 모은 것"이라고 반박했다는 얘기도 돈다.

취재 결과 가장 유력한 실마리는 역시 법원 판결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P씨가 제기했던 소송의 2004년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중 일부 내용에는 "1970년 원고(P씨를 지칭)는 1960년대에 내무부장관, 체신부장관,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박경원과 잘 아는 사이로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했다"는 내용과 "71년에는 박경원의 천거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했다"는 내용, 그리고 "원고가 부동산 전문가이고 고위공직자와의 친분을 통해 환지전 임야 일대의 개발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다.

소송을 제기한 K씨 측은 "일제시대 이전 자료를 확보한 만큼 진실을 꼭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3호(09.09.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