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5/2010072500825.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12
그가 말했다. "트로트 가수로 대성할 재목이라고 감탄했다. 그래서 윤정이 부모님과 가끔 연락하며 이 친구 진로를 지켜봤다. 역시 어릴 때부터 트로트로 온갖 노래대회를 휩쓸더니 1999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타더라."
부모도 딸이 가수 되길 바랐고, 본인도 발라드와 댄스 가수를 꿈꾸며 서울예술대학으로 진학했다. 강변가요제 출신이라면 응당 그러하듯, 장윤정 또한 대형음반사에 소속돼 정식 데뷔를 꿈꿨다.
인연이란 기이한 것이다. 홍익선과 장윤정은 훗날 좌절과 낭패감 속에서 재회한다. 그 사이에 홍익선이 출입하던 서울 천호동 동양카바레, 영동대교 앞 클로버카바레 등이 급속도로 쇠락했다. 그가 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요일 밤 이태원 거리는 남대문 시장보다 인파가 더 많을 정도로 밤 업소들이 성황이었다. 내가 관리하는 가수들은 이태원, 장안평, 면목동, 상봉동 등 나이트클럽 밀집 지역에서 20분 단위로 업소를 돌곤 했다." 1990년대 후반, 다양한 레저문화의 확산과 함께 속칭 '밤 업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홍익선은 망했다. 국내에서 일을 못 찾던 그는 베트남까지 가서 돼지농장을 했다. 농장에 있던 돼지 700마리가 전염병으로 몰사했다. 홍익선은 빈털터리로 귀국해 다시 연예가를 기웃거렸다.
연예가에서 들은 말은 이러했다. "모 기획사에 '뽕필(트로트 분위기)'나는 재원이 하나 있는데, 앨범도 못 내고 있다."
알고 보니 10년 전 자기 앞에서 노래하던 장윤정이었다. "윤정이는 어려서부터 성대 구조가 트로트에 맞게 형성돼 있었다. 그러니 어른이 돼서 다른 장르에 도전하려니 되질 않은 것이다."
워낙에 홍익선의 인생은 트로트였다. "업소 부장하면서 처음에는 댄스가수를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이미자, 나훈아, 남진, 주현미, 하춘화 같은 가수들과 일하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신승훈, 김건모 등 당시 톱가수가 나왔을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손님들 호응이 뜨거운 거다. 거의 쓰러지더라. 장윤정? 자기는 싫었겠지만, 누가 봐도 트로트 가수였다."
그리하여 2003년 여름 좌절한 여가수와 사업 쫄딱 망해 먹은 연예부장이 재회했다. 장윤정 부모가 먼저 연락을 했다.
그가 두 가지를 말했다. "너는 뽕필이 있으니까 트로트를 해야 한다. 늙은이 취급받는 트로트시장에서 너같이 중독성 있는 음색은 대성한다. 또 하나. 3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행사'를 뛰자. 트로트가 시장에 팔리려면 최소 3년은 밑바닥 인생이 필요하다."
방송이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생음악으로 노래를 하는 게 바로 행사다. 장윤정은 닷새를 방구석에 틀어박혀 울다가 항복했다. 풀죽어 있는 장윤정에게 내민 곡이 바로 공전의 히트작 '어머나'였다. 홍익선은 "원래는 다른 거물급 가수에게 주기로 돼 있던 곡이었는데, 윤정이는 '너무 싼 티 난다'고 또 한참을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어머나'와 다른 가수들 곡을 들고 유랑극단처럼 전국을 떠돌았다. 장윤정은 지난달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나도, 홍 사장님도 세상 물정 모르던 사람들이라 누구나 다 그러는 줄 알고 과로사(過勞死) 직전까지 행사에 열중했다"고 했다. 1년 뒤인 2004년 여름, 시쳇말로 '빵 터졌다'.
장윤정의 말에 따르면, 지나가는 아이들이 '저기 장윤정 간다'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시장터, 노래방은 물론 지상파 음악방송에서까지 '어머나'가 터져 나왔다.
좌절한 발라드·댄스 가수 장윤정은 독보적인 트로트 가수가 됐다. 장윤정에게 눈물을 한 바가지 쏟게 만든 전직 연예부장, 전직 돼지농장장은 이후 박현빈을 비롯해 또 다른 신예 트로트 가수들을 발굴 중이다. 디너쇼, 버라이어티쇼, 콘서트는 물론 시장통까지 훑으며 노래를 부르는 보편적인 가수들이다. 킹메이커 홍익선이 말했다. "미국 가수 비욘세의 창법에서도 트로트적인 감성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한국 트로트를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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