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 부서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이 미국의 금융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 소재 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데일리NK가 30일 전했다.
원본출처 http://www.newdaily.co.kr/html/article/2010/08/30/ART55238.html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이날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비해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퍼스트캐리비언은행'(FirstCaribbean International Bank, FCIB) 로드타운(Road town) 지점에 개설한 계좌를 해외 비자금관리의 주요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 계좌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이 개설한 것으로 계좌명은 '하나홀딩스'(Hana Holdins)"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계좌는 실제 노동당 39호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면서 "불법 무기 거래 등 북한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의 대부분은 이 계좌로 모였다가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북한 계좌로 송금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NK는 북한은 지난 2006년 9월 외자유치를 위해 대풍그룹을 설립했고, 지난 3월에는 국제 금융거래를 위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개발은행의 이사장은 '김정일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이 맡고 있으며 대풍그룹의 총재인 재중동포 박철수가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당 39호실-국가개발은행-대풍그룹으로 이어지는 김정일 비자금 라인이 FCIB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버진아일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세피난처'다. 특히 FCIB은 2001년에서 2005년까지 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아 카리브해 벨리스 금융당국에 의해 113회나 기소를 당했다.
소식통은 "최근 유엔의 대북금융제재로 인해서 39호실의 해외 자금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39호실 해외 계좌 중에 실제 가동되고 있는 것은 중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FCIB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데일리NK에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일반무역 관련 송출금은 중국계 은행들 정도에서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중국계 은행 계좌에서 제3국 계좌로 입·출금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져 39호실뿐 아니라 외화벌이 단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39호실 재정담당 간부 최 모씨를 책임자로 하는 실무단을 중국 단둥(丹東)에 파견, 중국은행과 FCIB간의 송금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1718 위원회'(대북 제재위)가 지난 7월 최종 완성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은행들이 해외에 14개국 18개의 은행에 총 39개의 계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이중 39호실에서 관리하는 계좌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9개의 계좌중 17개의 계좌가 중국계 은행으로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HSBC 은행 등이 있으며, 마카오 소재 중국은행에 북한 계좌가 가장 많고 베이징과 단동 지점에도 일부의 북한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은 유령회사, 해외 지사, 비공식 거래, 현금 거래, 물물교환 등의 방식으로 금융제재를 피해왔다"면서도 "상당수의 경우, 북한은 공식 국제금융체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불법거래라는 사실을 숨기며 국제 금융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조치와는 별도로 추가 대북 금융제재 조치 관련 행정명령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