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북한밀사 박성철 서울방문, 미국은 까맣게 몰랐다 - 미국무부 비밀전문
1972년 북한밀사 박성철 서울방문, 미국은 까맣게 몰랐다 - 미국무부 비밀전문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과 관련, 미국은 당시 박성철 북한 부수상이 서울을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72년 6월 5일 하비브 주한미국대사가 국무부장관에게 타전한 비밀전문에 따르면 하비브는 박성철부수상이 서울을 비밀리에 방문, 박정희를 만났다는 사실을 6월3일에야 장우주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으로 부터 귀뜀받았으며 6월 5일 아침 김용식 외무부장관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전문에는 장우주가 6월 3일 하비브에게 박성철 부수상을 단장으르 한 북한대표단 4명이 지난달 29일 서울에 도착해 6월 1일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밀사인 박성철의 서울방문을 사전에 몰랐던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평양으로 귀환하고도 이틀이나 지난 시점에야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셈입니다.
하비브는 이 전문에서 박성철등은 박정희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간의 전면적 정치회담을 촉구한 반면 박정희는 현시점에서 전면적 정치회담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박정희는 적십자회담등 단계적인 사전준비를 거쳐야 정치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또 현재 한국정부가 남북한 비밀접촉의 공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장우주는 6월말 한국정부가 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장우주는 대한적십자사 본부와 북한간에 남북직통전화가 설치됐으며 남한측 직통전화는 중앙정보부의 정홍진이 관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남북대화를 담당했던 정홍진은 이후락을 수행해 평양을 방문했던 남측 대표입니다.
하비브는 6월 3일 장우주의 귀뜀을 받은뒤 6월 5일 아침 김용식외무장관에게 전화를 해서 북한밀사 서울방문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김용식장관은 이날 하비브와의 통화에서 아직 남북대화내용을 상세히 듣지는 못했으나 북한이 전면적 정치회담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며 한국정부가 남북비밀접촉 공개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김일성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비브는 김용식장관에게 남북비밀접촉과 회담 참여인사의 신원등은 조만간 한국인들과 서울 외교가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며 비밀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하비브는 남북접촉당사자인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요청했고 주후반에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때 박성철 방문에 대한 모든 내용을 들을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밀사 박성철의 서울방문에 앞서 이후락이 1972년 5월 2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했으며 이 당시에는 이후락이 평양방문 1주일전인 4월 25일 하비브에게 평양밀행을 사전에 통보했었습니다.
이처럼 남북비밀접촉은 미국의 양해와 권유하에 시작돼 이후락 평양방문등이 사전에 미국에 통보됐으나 북한밀사의 서울방문을 미국이 까맣게 몰랐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시 한국이 미국에 북한밀사의 서울방문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한미관계가 폭발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곧 이후락을 만나서 전모를 파악할 것이라는 하비브의 기대와는 달리 이후락과의 만남은 한참이 지난뒤에야 이뤄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