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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성진급 비리의혹수사' 군검찰관 보직해임은 부당 - 예비역법무관호소문 전문

군 장성진급 비리의혹 수사 등에 관한 우리의 입장- 국방부장관에게 드리는 예비역 법무관들의 충정어린 호소문 -



군은 계급이 인정되는 특수한 조직이다. 진급은 군인에게 있어 군복무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 자신의 충성심, 품성, 지휘철학 등에 대한 전인격적 평가로 인식되어, 진급 인사의 공정성 여부 및 진급결과에 대한 군인들의 승복여부는 군의 무형 전투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성질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진급에 불법이 개입되었다면 군 기강이나 군의 사기는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 

본 건 군 장성진급 비리는 진급을 위해 금전이 오고 간 개인적인 차원의 뇌물 사건이 아니라, 권력과 권력을 은밀하게 주고받는 구조적인 차원의 비리사건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은 뇌물이 오고 간 정황이 없다는 점을 들어 본 건 수사의 의미를 폄하하고 있으나, 애당초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개인적인 뇌물사건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관행으로 자리잡아온 구조적인 권력형 인사 비리를 밝히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 장성진급 비리의혹수사에 대해 우리 군이 그 동안의 관행처럼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대증요법적인 언론플레이 및 희생양 삼기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한편, 국방부(군 검찰)의 발표 내용처럼 조직적인 인사비리의 실체가 존재한다면 군인사의 특수성상 인사권자의 묵인 내지 지시 없이 과연 이 같은 범죄가 저질러질 수 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하여도 한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군의 특성과 군사법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검찰단의 군검찰관들이 장성급 인사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청한 것은 군의 특수성을 해치는 수사권 남용이 아니라 엄정한 법집행 의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행정의 총수인 국방부 장관의 법원칙에 의거한 철저한 수사지시에도 불구하고, 수사관련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수사를 방해하기도 한 사실은 국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하다. 수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 거부, 참고인으로서의 출석 거부, 음해성 언론 플레이, 계급사회의 특수성을 악용한 수사 방해, 강압 수사 및 인권침해 주장 등은 우리 군의 준법정신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그 동안, 인사비리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은 군의 인화단결을 해치고, 군인들이 자신들의 본분인 국방의 의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진급이라는 부차적인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군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인사에 승복하지 못하는 군인들이 상관에 대해 충성을 하거나 군을 위해 헌신하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왜곡된 인사시스템은 기억하기 조차 싫은 군내 사조직의 결성이나 줄서기의 폐해를 불러온다. 

이러한 시점에, 국방부 장관이 하여야 할 일은 과거 고위층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 총수들의 부적절한 정치적 언행이 검찰수사에 미쳤던 파장을 교훈으로 삼아 국방부 검찰단이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다. 

국방부는 물론 정치권은 군 내부의 비리를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 결코 군내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며,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군의 명예를 높이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군 인사비리로 이득을 보는 극소수 정치군인들과 달리, 출신을 불문하고 국방의 의무에 매진하는 대부분의 참 군인들은 군 인사비리의 피해자일 뿐이다. 군사평론가 예비역 준장 표명렬씨의 용기있는 고백처럼, 진정한 군심은 썪은 살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군인사시스템이 형성되어 모든 군인들에게 공정한 진급기회가 부여되고 그 진급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우리 군에 더 이상의 냉소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에서 “인사는 말 그대로 만사이다”라는 점을 군 고위층은 명심하여야 한다. 

또한, 일부 언론은 수사에 대한 진실을 왜곡함으로써, 범죄자를 비호하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호사로서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의 수사, 군사법개혁을 위한 협상용으로서의 수사라는 등의 수사의 대의명분을 흐리려는 추측성 보도와 수사 중 인권침해, 강압 수사, 군검찰관들의 언론플레이 등에 관한 보도는 확인 결과 악의적인 오보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군은 일제 잔재와 군사정권의 후유증을 뒤로하고 새로운 군대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개혁의 과정에 있다. 군행정은 법치주의의 큰 틀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독일을 비롯한 모든 문명 선진 군대는 군인들에게 군정.군령권을 포함한 모든 지휘권이 법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임을 즉, 국민이 군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교육하고 있다. 남북분단 시대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군의 특수성이라는 논리로 모든 구조적 비리로부터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본 건 군 인사비리 수사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맞는 군내 인사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도기의 불가피한 수술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 바, 이를 두고, 군검찰 대 육군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의하여, 군검찰관과 군판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국방부 장관 등의 고위 지휘권자에게 부여된 것은 수사와 재판이 법치주의와 군의 특수성이라는 지고한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도록 행정적인 지휘감독을 하라는 것이지, 비법률전문가인 지휘관들이 구속여부에 대한 필요성 등의 법률적인 문제까지 판단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 사건의 구속여부의 필요성 등은 군사법원의 군판사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국방부 장관이 피의자의 인권보호, 군의 특수성 등의 애매하고 자의적인 명분으로 전문적인 법적인 판단까지 간섭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이다. 

군법무관인 군검찰관은 군내 공익의 대표로서 국가 공권력을 수행하는 장교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직무수행에는 판사 및 검사에 준하는 신분보장이 부여되어야 하는바, 수사 능력이나 기타 법률적 이유가 아닌 사건 수사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엽말단적인 이유로 수사진을 보직해임 시킨 것은 진실규명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설사, 이들의 언행에 부적절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인사 비리에 대한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충분하다. 국방부 장관 등의 군수뇌부가 본 건 사건에서 보여준 언행은 군사법에 대해 지휘감독을 할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더구나, 본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관들의 보직해임이 충분한 사실관계의 규명과 법리 검토 없이 이루어진 것은 개탄해 마지 않을 일이다. 과거 병역비리 수사 등에서 보아 왔듯이 중간에 수사팀을 교체하는 경우 수사의 연속성이 깨져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크다. 이러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인사권의 행사는 인사권의 남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본 사건을 초기부터 담당한 검찰관들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상적인 수사가 이뤄지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지휘체계와 군 기강을 문란케 한 행위로 호도되고 언론과의 접촉여부 등 사실 관계 자체가 왜곡되고 있는 것은 수사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이다. 

법치주의와 군의 특수성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군이 이러한 점을 부정하고 군의 특수성만을 맹목적으로 고집한다면, 군사법은 그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되며 결국 군사법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본 건 군장성 진급비리 수사를 지켜보며, 또 한번 군검찰 독립 등의 군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군은 깊이 명심하여야 한다. 2004년 12월 28일 개최된 국회 법사위에서 군사법개혁 입법안(군검찰조직법안, 군사법원조직법안, 군형사소송법안, 군사법원폐지법안 등)이 상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끝으로, 정치권, 언론 그리고 군은 군검찰의 수사에 대한 외압 행사와 수사 흔들기를 자제하고, 법절차에 따른 수사 및 재판 결과를 기다려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04년 12월 30일
군의 법치주의 정착을 바라는 예비역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 모임


o 공동 대표 변호사 : 김의형, 류관석 

o 변호사 :강길복, 고봉휴, 국윤호, 권인칠, 김경환, 김근철, 김기영, 김낙구, 김영석, 김영철, 김인현, 김 막, 나재호, 남봉하, 류경환, 모병철, 박경훈, 박영규, 송호택, 심형섭, 안병진, 안종근, 여봉열, 이기석, 이석재, 이재철, 이정신, 임병철, 장보식, 장성운, 장우승, 전용우, 조경훈, 조광묵, 조인호, 조태천, 최권주, 최성수, 최춘식, 하석철, 허남정, 황병희, 황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