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3) 회장 형제의 SK그룹 자금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최 회장에게서 받은 투자금 6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자신의 회사를 설립·운영하는 데 사용했고 상당액이 보험금 등 다른 자산 형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4/2013092400182.html?news_top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2007년
6월 자본금 2억원을 들여 삼성생명 간부 출신인 K씨 등과 함께 '에이플러스 에셋'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보험 등 금융상품
판매 기업인 이 회사는 2008년 영업수익(매출액) 360억원을 올렸고 지난해 영업수익은 1518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 전 고문은 기업을 세울 당시 지분 12.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 운영을 주도하는 오너"라고 했다.
김
전 고문은 2009년 2월 장례사업과 줄기세포 관련 서비스업 등을 하는 에이플러스 라이프를 설립했고 석 달 뒤엔 부동산 자산관리
기업인 에이플러스 리얼티를 세웠다. 2011년에는 에이플러스 손해사정과 에이플러스 모기지를 잇달아 설립하는 등 김 전 고문은
창업 6년 만에 5개 회사를 거느린 사주(社主)가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에이플러스 에셋은 보험 중개 전문기업 중에 선두를
다투는 기업"이라면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사세를 키웠으나, 최근 업계가 불황이어서 이 회사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이플러스 에셋의 급성장은 김 전 고문이 최태원 회장에게서 받은 투자금 덕분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최 회장으로부터 선물(先物) 투자 명목으로 받은 자금을 김 전 고문이 자신의 회사를 키우는 데 썼다는 것이다.
에이플러스 에셋 관계자는 "2008년 가을 무렵에 김 전 고문이 납입한 보험료는 매달 100억원 안팎이었고 그 자금은 대부분 최 회장이 보내준 것이었다"면서 "선물 투자 명목으로 최 회장으로부터 받은 6000억원 중 2000억원 이상이 보험료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했다.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준 돈은 대부분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개인 자금이었고, 현재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65억원이 회사 자금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김 전 고문은 2008년 10월쯤 최 회장에게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 자신이 내야 할 보험료가 연체될 위기에 놓였다. 2008년 10월은 SK 계열사 자금 465억원이 김 전 고문에게 전달된 때였다.
에 이플러스 에셋 관계자는 "김 전 고문은 보험료 연체를 막기 위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통해 SK 측을 압박했고 그렇게 해서 받은 SK 자금 465억원도 보험료 납입에 사용했다"면서 "최 회장은 당시 이런 내막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최근 재판에서 "김 전 고문에게 6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고, 김 전 고문을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