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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보도 음성분석sw 검사 - 펌

국내 IT기업이 개발한 '음성분석 SW'로 돌려보니…

김정일 사망 보도
한 문장에 '부정확' 3번땐 발언 거짓확률 매우 높아 '비통한 심정으로' 멘트도 진심이 아닐 가능성

음성분석 상용화 성공
미세한 소리의 차이 역추적 인간의 감정과 심리 알아내 美·러 거짓말탐지기보다 진실 가리는 능력 더 우수

신뢰도는 95%
보험 사기 잡아내고 대기업선 고객성향 파악 역술인도 탐지기 구입해 힐끗힐끗 보면서 영업

원본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06/2012010601513.html?news_Head1

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소회의실. '음성분석' 소프트웨어가 담긴 CD를 노트북컴퓨터에 넣고 그 성능을 테스트해볼 참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분석해 희로애락(喜怒哀樂) 심리적 상태와 말의 진실도를 측정하는 신기술 제품. 취재진은 즉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보도를 실험 대상으로 삼자고 주문했다. 북한의 실세 방송인으로 알려진 이춘희(69)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지난해 12월 19일 정오에 발표한 김 위원장 사망 관련 뉴스를 말한다. 뉴스가 담긴 음성 파일을 컴퓨터에 넣고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당시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이춘희씨의 음성을 분석한 내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올라왔다.

'우리의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라는 뉴스 초입에서 모니터에는 '스트레스 높게 받음'이라는 문구 등이 떴다. 이씨가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라는 부분에서는 '부정확' '부정확' '부정확'이라는 반응이 세 차례 나왔다. '부정확'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때 등장하는 문구로 한두 차례 정도 나오면 오독 가능성이 있으나 세 번 연속으로 이어지면 그 부분의 발언은 거짓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서거하시었다는 것을'이라는 멘트에선 '진실'이라는 반응이 나왔으며,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는 부분에선 '위험 중간' '위험 중간' 판독 결과가 연거푸 등장했다. 위험 중간은 거짓말 가능성이 절반 정도일 때 등장한다. 김 위원장 사망 시점과 장소가 발표와는 다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음성분석 프로그램의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다음엔 '르윈스키 스캔들'이 불거졌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음성분석 프로그램에 넣어 돌려보았다. 클린턴이 '나는 그 여자 르윈스키와 성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주장은 거짓이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연속적으로 '부정확' '거짓 가능성'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클린턴의 주장은 나중에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가짜 박사학위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신정아씨의 발언도 분석해 보았는데 일부에서 부정확 혹은 거짓 가능성 반응이 나왔다.

이 음성분석 프로그램은 실시간 모니터 반응 이후 10초도 안 돼 종합 분석 보고서를 내어놓는데 이를 바탕으로 말의 진실도를 다시 한번 정밀 판독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의 중소기업 연구진들이 이 같은 음성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미 1년 전부터 국내 한 정보기관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현재 여러 대기업과 보험회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이 음성분석 기술과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05년 대구에 GRS라는 IT기업이 설립됐다. 권구(39)씨 등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 4명과 수학자 신영우(57)씨가 창업 멤버다. 경복고와 한양대 전파통신과를 졸업한 권씨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으로 근무한 컴퓨터 보안 및 암호화 전문가이고, 경동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나온 신씨는 컴퓨터 보안 분야 1세대로 방화벽(FIRE WALL)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종갓집 장손으로 집안 돈까지 회사에 쏟아부은 권씨가 사장, 신씨는 부사장을 맡았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분야는 음성분석 기술의 상용화였다. 당시 음성분석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이스라엘 등에서 군사·수사기술 개발 차원에서 연구가 진행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음성분석은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게 만드는 '음성인식'과는 전혀 다른 기술로, 언어는 필요 없고 음성만 있으면 되기에 말 못하는 갓난아기나 동물의 감정 상태도 파악이 가능하다.

사람이 말을 할 때 뇌의 통제를 받는데 감정 상태가 평소와 다르면 호흡과 심장박동은 물론 숨 쉬는 모습이 달라지며 성대와 턱, 입술, 혀의 반응도 달라진다고 한다. 이 미세한 음성의 차이를 잡아내고 역추적해서 인간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알아내는 게 바로 음성분석 기술이라는 것이다.신 부사장은 "음성분석학뿐 아니라 생체신호학과 뇌파분석학, 수학적 요소를 융합해 5년 만에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면서 "목소리 파형과 강약 분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리시버와 마이크 제조업체인 일본 NK사, 미국과 이스라엘 IT업체 등과 기술 제휴를 했다"고 했다.

호흡과 심장박동, 혈압을 측정하는 각종 장치를 이용해 말의 진위를 가리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와 달리 이 음성분석 기술은 프로그램이 담긴 CD와 목소리만 있으면 거짓말 탐지기 이상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게 권 사장의 설명이었다.과학·교육 전문 TV인 디스커버리 채널이 2006년 9월 미국·러시아·이스라엘이 개발한 거짓말탐지기와 이 회사 연구진이 초기 개발한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공개 테스트해 본 결과, 미국과 이스라엘·러시아 제품은 거짓과 진실이 섞인 26개 질문 중에 16~19개를 맞힌 반면 이 회사 프로그램은 24개의 적중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이미 영국 BBC 방송과 미국 KNBC 방송에 소개되었고, 국내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잠시 등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작년 초 '실수'를 했다. 음성분석 프로그램이 담긴 290만원짜리 개인용 거짓말탐지기를 시판했는데 가족과 주변에서 "고작 개인용 거짓말탐지기 만들려고 이 기술을 개발했냐"고 비판하더라는 것. 그래서 사흘 만에 판매를 중단하고 제품 회수에 나섰는데 이미 팔린 11세트 중 7세트를 회수하지 못했다. 그중 1세트는 경기지역 한 역술인이 구입했는데 찾아가보니 이 역술인은 손님이 볼 수 없는 앉은뱅이 책상 아래 모니터를 설치해놓고 힐끗힐끗 보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역술인은 "덕분에 잘 쓰고 있다"고 했고, '돈을 더 줄 테니 돌려달라'는 요구에 "절대 못 준다"고 버텼다고 한다.

 생체신호학, 뇌파분석학, 수학을 융합한 음성분석 기술을 개발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GRS 권구 사장. /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이후 연구진은 허위 보상 청구나 보험 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험사용 제품과 전화를 걸어온 손님들의 희로애락을 미리 파악해 고객 만족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는 대기업용 제품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설정만 조금 바꾸면 '진실도 분석기'에서 '감정 분석기'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험사 제품의 경우 사고가 접수되면 음성분석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가동되면서 허위 신고 가능성이 큰 사건을 추려내는 기능을 맡는다.

신고자의 음성분석을 통해 "사고 내용 및 시간이 의심스러움. 실제 운전자인지 확인 필요함"이라는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내놓는 등 보험금 부당 청구 사례를 줄이는 자료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최근 대구시청경북도청, 경북경찰청 등에서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시연했다.SKT와KT 등에선 콜센터에서 이 기술을 시범 운용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면 모니터에 기쁨도와 슬픔도, 흥분도, 호감도를 표시해주다 보니, 콜센터 직원들이 고객을 상대하는 데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에 콜센터 직원들의 음성을 분석해 인사 관리에도 이용할 수 있다.

SKT와 KT는 현재 이 회사 연구진들과 프로그램을 정식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난가을 석달간 운영해보니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이 고객 서비스 향상과 직원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연구진들은 작년부터 바빠졌다. 음성분석 기술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시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고 기술 제휴나 지분 참여를 원하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직원 25명 중 엔지니어가 대부분인 이 회사는 아직 홍보 담당자도 없고 영업사원도 없다. SK와 KT,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영업을 대행해주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NHN에서는 각각 미래형 자동차와 게임 개발에 이 기술을 접목해보자는 제의가 왔다.

권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며,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이미 특허 14건을 등록해 놓았다"면서 "얼마 전 음성분석을 이용해 인성과 적성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력 채용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음성분석 기술은 허위 또는 불성실한 답변을 가려내는 기능으로 여론조사에 응용될 수 있고, 우울증과 치매 등 정신 질환 진단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음성분석 기술의 신뢰도가 100%일 수는 없다는 점. 법원의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않은 거짓말탐지기처럼 음성분석 기술 역시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음성분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을 경우에도 적중도가 약간 떨어진다. 연인 사이 애정도나 통화 상대의 진실도를 알아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이 완료됐는데, 분석 신뢰도를 일부러 낮춘 제품이라고 하지만 이용자가 '재미 수준'이 아니라 '진실 가리기' 차원에서 사용한다면 논란이 일 수 있다.

권 사장은 "인간의 실제 심리와 감정 상태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현재 분석 신뢰도는 95%쯤 된다"면서 "하지만 이 기술이 100% 신뢰도를 가진다면 그것 또한 다른 문제를 부를 수 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