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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살해협박 개의치 않는다 - 조선일보 단독인터뷰

[北 암살 위협받는 황장엽씨 단독 인터뷰]
北은 원래 테러 국가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살해 협박 개의치 않는다… '천안함 침몰' 김정일이 한 일
천안함 사태 해법은
당장 군사적 대응은 불필요 중국도 조사에 참여시켜 北 지원 못하게 명분 쌓아야

"내가 몇 살인데 그런 거 신경 쓰겠느냐. 내 존재로 북한의 악랄함을 알리면 좋은 것 아닌가."

황장엽(87)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최근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측근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황 전 비서 암살임무를 띤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2명이 검거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21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전에도 이런 징후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황 전 비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김정일이 한 게 분명하다"면서도 "군사적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전쟁이 일상화된 지역으로 만들려는 김정일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의 실체를 더 확실하게 알게 된다면, "그간 북한에 안이하게 대했던 한국이 큰 교훈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서울 모처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달 초 미국일본을 방문했던 황 전 비서는 이번 사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기색이었고, "건강도 아주 좋다"고 했다. 암살조 검거 이후 면담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황 전 비서에 대한 경호는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경호원들은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다. 경찰청은 황 전 비서의 경호를 총리급 이상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황 전 비서와의 일문일답.

―북한서 보낸 '황장엽 암살조' 2명이 최근 구속됐다. 미리 알고 있었나.

"이달 초 미국과 일본에 갔을 때 경호가 너무 엄격해서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짐작은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알았다."

―이전에도 암살기도 등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나.

"여러 징후가 있었고 비슷한 정보들이 많았지만 암살조가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어딘가에 암살임무를 띤 공작원들이 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김정일은 할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 계속 이런 식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이 저지른 것이라고 보나.

"김정일이 한 일이란 건 분명하다. 너무나 뻔한 일 아닌가. 김정일이 이런 일을 계속 준비해왔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원인 규명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원인 조사를 할 때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만 참여시키지 말고 중국도 참여하게 해야 한다. 중국 등 북한 주변 국가들이 북한을 지지 또는 지원하지 않기 위한 명분을 쌓을 수 있도록 북한이 한 일의 실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정일이 왜 이런 시도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북한은 원래 테러국가이다. 북한에서 테러는 국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국인도 모두 테러형식으로 잡아가고 있다. 김정일은 테러를 한반도 남쪽으로 확대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다. 우리가 보복하고 또 북한이 대응하면, 한반도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처럼 전쟁이 일상화된 지역이 된다. 한반도가 지저분한 전쟁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경제는 흔들리고 국론은 분열돼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김정일은 바로 이런 걸 노린다. 대한민국은 이번 사건으로 젊은 군인들과 군함을 잃었다. 크게 잃은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은 너무나 해이해진 태도로 북한을 봐왔다. 이번에 북한과 김정일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고 깨닫게 된다면, 더 큰 것을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생명위협에 대해“이전에도 이런 징후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며“천안함 사건은 김정일이 한 게 분명한데, 북의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천안함 사건이 북한이 한 짓이란 게 규명되면, 군사적인 대응 등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군사적인 대응은 불필요하다. 이미 북한 내부는 반(反)김정일 분위기가 팽배하다. 어차피 김정일은 전면전을 할 배짱은 없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도발을 하는데 거기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명분을 쌓아야 한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이번 참상에 대해 적극 알려서 우리의 대응이 정당하다는 것을 공인시켜야 한다. 그러고 나서 김정일이 다시 도발할 경우에는 무자비하게 응징해야 한다."

―북한이 다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김정일 정권은 그 자체가 폭압정권이기 때문에 내부를 향해서든 외부를 향해서든 폭력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정권을 상대로 할 때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다만 북한과 중국 간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꾸 중국이 북한에 영토적 야심이 있다고 하는데 중국 입장에선 13억 인구도 벅찬 마당에 북한까지 안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은 북한의 수령 독재를 와해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시키는 데 역할을 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그래도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중국도 북한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압박을 느껴야 북한에 변화가 올 수 있다."

―이번 암살위협 때문에 한국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도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탈북자들이 이젠 김정일을 상대할 만큼 커졌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탈북자들의 북한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북한에 변화를 가져오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