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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 뒷거래 침묵할 수 없었다: 김기삼 책출간 -스포츠한국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 '양심선언문'이라는 글을 통해 DJ의 여러 비리를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던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김기삼씨가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이하 대한민국)'라는 책을 펴냈다. 국정원 도청과 관련, 미림팀의 실체를 증언해 파장을 일으킨 김씨는 현재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원본출처 http://sports.hankooki.com/lpage/focus/201008/sp20100820170229106180.htm

그는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내가 국가정보원에 재직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적었다. 국정원 직원이라면 비밀을 무덤 속까지 가져야 하겠지만 불안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권력자들의 추악한 비리를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자격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집필한 만큼 책 속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김씨는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DJ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등 정치권 안팎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책에는 그 이상의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목차만 죽 훑어봐도 이 책이 가져올 파문을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의 노벨상 공작과 대북 뒷거래 실상' '거짓의 희극, 도청의 진실'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납품비리 수사' '김대중 정권의 무기 도입 비리 의혹' 등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그러나 알았어야만 했던 과거 정부의 추악한 얼굴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 인권, 평화, 통일'의 가면 뒤에 숨겨진 김대중의 실체를 전면적으로 공개한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겉 표지에 싣고 있다. 실제로 '온갖 위험을 무릅쓴' 것은 맞는 듯하다. 김씨는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여러 곳의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의 출판사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적으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했다. '대한민국'이 서점에 깔린 지 2주일여 만에 교보문고 집계 정치사회분야 베스트 셀러 2위에 오른 걸 보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는 억지에 불과하다. 지난 18일이 김대중 대통령 1주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의 출판은 '정치적 이유'로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1993년 국가정보원(당시는 안전기획부)에 입사한 뒤 정보학교(정규 30기), 대공정책실장 부속실, 해외공작국 정보협력과, 정보학교, 국제정책실, 대외협력보좌관실, 대북전략국 등에서 근무했다.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그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김씨는 국정원 재직 중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과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전체 과정 및 그 후속 과정 등을 지켜봤다. "국정원 직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국민에게 이'비밀'을 공개하기 위해 국정원을 사직했다. "도저히 우리 권력자들의 추악한 뒷거래를 그냥 보고 있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을 사직의 변으로 남겼다. 퇴직 후 그가 할 일은 뻔했다. 일부 언론에 노벨상 수상 공작 실태 폭로했고, 정권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위험에 처하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김대중 정부측은 김씨의 폭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화한 바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어렵사리 2008년 4월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망명을 허락 받았다. 그는 미국에 있으면서 국내의 여러 언론들을 통해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 실태, 노벨상 수상을 위한 이벤트로서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혹,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제공한 거액의 돈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되는 실상,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의 무기도입 비리와 비자금 실상, 국정원의 도청 및 감청 실태 등을 폭로했다.

'대한민국'은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서는 김씨가 그간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했던 4차례의 '양심선언문'과 김대중 정권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실었다.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 다양한 공작을 벌였다는 것이다. 제2부 '나의 이야기'에서는, 그가 그동안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게 된 경위와 배경을 좀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 자신의 성장 배경, 젊은 시절의 공부와 사상 형성 과정 및 그 편력, 국정원에 입사한 후 기관원 시절, 그가 경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의 숨겨진 이야기들, 해외공작국과 대외협력보좌관실에 근무할 때의 남북관계에 대한 경험, 국민정부의 실상, 국정원을 퇴사하고 난 후의 이야기, 미국으로 건너간 후의 이야기 등을 싣고 있다.

김씨가 국정원에 근무한 7년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문민정부 후반기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민의정부 전반기에 해당한다. 국익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접했던 그는 책에서 국정원 근무중 직접 겪었던 이야기와 보고 들은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공개되었을 때 국익에 해가 되는 부분과 대북정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이 되는 이 지독한 시대는 하루 빨리 끝내야 할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이 끔찍한 세상은 어서 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다. 권력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대공정책실 보좌원으로 1년간 근무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보고 들었다. 권력의 턱 밑에서 일하다 보니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라고 적었다. 또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의 국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형편없는 곳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 사회는 정치권, 언론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종교계, 학계, 재계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권력자의 여론 통제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스스로 '인권 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정작 북한 동포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존재 자체도 거론하는 것을 금기시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책에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납 조기 사건'(중국에서 수입한 조기의 뱃속에 납(鉛)이 들어 있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내막도 북한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제1차 서해교전(제1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이 승리하고도 자축하지 못한 내막도 현실감 있게 전해준다. 1999년 6월15일 남북간에 벌어진 제1차 서해교전은 우리측 참수리급 고속정 325호의 정장 안지영 대위가 부상을 입고, 해군장병 7명이 부상당해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북한측은 함정 2척이 침몰하고 3척이 대파되는 등 명백한 우리측 승리였다. 그러나 북한측이 우리측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자 당시 교전을 지휘한 해군 제 2 함대 사령관 박정성 제독이 대기발령을 받았는데, 박 제독은 그 후 언론 회견에서 "당시 김대중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은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로비 의혹과 대북 불법송금, 그리고 무기구입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고 있다. /스포츠한국